벌레 한마리만 나와도 벌금… “까다로운 환경기준 이겨냈죠”
싱가포르 공장, 공사기간 100일 단축 지난달 30일 SK건설이 싱가포르 주롱 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아로마틱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장 공사현장. 이우일 SK건설 싱가포르법인장(작은 사진)은 “당초 공사기간을 36개월로 예상했지만 100일 정도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수주 아닌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SK건설의 주롱 아로마틱 공장은 총 투자비 24억40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SK건설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TSP이기도 하다. SK건설을 포함한 SK그룹 3개사가 1억6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석유화학회사인 SFX, 스위스 무역회사인 글렌코어 등 7개 글로벌 파트너가 나머지 투자자금을 댄다. SK그룹 계열사로는 SK건설 외에도 SK종합화학, SK가스 등이 대주주로 참여했고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금융을 지원했다.
○ 한 번 무산되는 아픔 이겨내
주롱 아로마틱 공장 프로젝트가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2008년 M Y 링이라는 싱가포르 투자자가 처음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그러다 싱가포르 석유화학산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투자자들이 2010년 다시 한 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SK건설은 2011년 5월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조인트벤처(JV)인 JAC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현지 공사여건도 아주 까다로운 편이다. 이우일 SK건설 싱가포르법인장은 “공사장 웅덩이에서 장구벌레 한 마리만 발견돼도 마리당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9000원)의 벌금을 매길 정도”라며 “정부에서 공무원이 나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공사현장 환경을 점검하기 때문에 사업자도 환경요원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싱가포르 자국민을 고용하게 하기 위한 인력 쿼터가 있어 SK건설이 외국인 현장근로자 7명을 고용하려면 싱가포르인 1명을 반드시 고용해야 했다. 싱가포르인 근로자는 주로 관리업무에 종사한다.
외국 회사들이 현장 근로자를 고용하다보면 인력 쿼터를 맞추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싱가포르인 관리자를 고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노 법인장은 전했다.
○ SK 계열사가 원료 공급, 상품 구매 동참
주롱 섬은 싱가포르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고도화 정책의 전진 기지다. 현재 이곳에는 95개 글로벌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유수 석유화학회사도 들어와 있다.
SK건설은 싱가포르의 석유화학산업 지원정책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2014년 공장을 완공한 뒤 이곳에서 연간 386만 t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파라자일렌과 벤젠 등 화학제품 149만 t, 항공유 경유 나프타 LPG 등 석유제품 237만 t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등 그룹 내 계열사과 함께 원료 공급, 상품 구매 단계에서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공장은 SK그룹이 아시아 시장에서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의 주도권을 확대하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싱가포르=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