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불과 선거를 한 달여 남기고 미국의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진 것이 보도되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경제 상황이 미국의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경제 상황을 개선한 경우 대선에서 승리해온 반면 경제를 악화시키는 경우 대선에서 패배해왔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은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두 가지 중요한 척도이다. 이를 이용해 미국 역대 대선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 1976년부터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이 집권했으나 인플레이션율이 5.8%에서 13.5%로 급상승하는 악재를 만나게 된다. 결국 1980년 정권이 바뀌어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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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치이벤트가 선거에 영향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경제 상황이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분석은 별로 들은 적이 없다. 반대로 다양한 정치 이벤트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필패하고 단일화에 성공하면 승리한다, 5년 동안 표를 다지는 것보다는 선거 막바지에 바람을 일으켜야 승리한다…. 올해 1992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과 미국의 대선이 같은 연도에 치러지고 있기에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더욱 대조적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과 미국은 사회, 문화, 역사 등 많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대선의 법칙도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민주주의와 선거의 성숙도가 긴 역사를 가진 미국과 같을 수 없다. 대선을 치른 경험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새로운 대선의 법칙이 생겨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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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년간 쌓아온 것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마지막 며칠 사이에 승부가 정해지고, 이후 5년간 또 잊은 듯이 살아가는 모습을 즐겁게만 바라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정치권을 보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정당들은 너무나 자주 간판을 바꾼다. 지나치게 자주 이름을 바꾼 나머지 이제는 새로운 이름을 생각해 내는 것도 아주 큰 일이 되었다.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같은 정당이 계속 이름을 바꾼다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지난 일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도 보일 수 있다.
정책보다 막판 세몰이에 승패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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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 후면 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후진국을 벗어났고, 이제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바라보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도 더불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기를 기대해본다. 보다 성숙한 정치문화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국가비전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