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준석 씨.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건축 에세이집 ‘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휴먼아트·사진)에 건축물의 양식이나 비례, 디테일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아질수록 건축물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건축사사무소 나우(NAAU)를 운영하는 저자 최준석 씨(41)의 생각이다.
그는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장르를 가로지르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서울의 건축물 28개에서 ‘보이지 않는 것’ 보기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끄러운 종로거리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종묘 정전에서는 ‘침묵이 주는 소리’를, 수백 년간 한곳을 지켜온 경복궁 근정전에선 모빌에서 느끼는 바람의 움직임을 포착해냈다.
광고 로드중
건축가 조성룡의 선유도공원(2002년)과 꿈마루(2011년)는 ‘봉인이 풀린 타임캡슐’처럼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정수장 시설물을 생태공원으로, 광진구 능동 꿈마루는 국내 최초의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였다가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가 된 곳을 공원으로 고쳐 지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들입니다. 과거의 아주 작은 흔적도 지우지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만 지어 퇴적된 시간을 느낄 수 있죠. 새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특별한 새것이 됐습니다.”
주말마다 아내 및 두 딸과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저자는 “서울은 지루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도시의 가치는 거대한 랜드마크나 화려한 건축에 있지 않습니다. 낡은 골목길 모퉁이 벽,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은 공원 난간, 칠이 벗겨진 쇠창살처럼 상상과 환상을 자극하는 것들이 도시를 의미 있게 하지요.”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