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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중1 시험 폐지론

입력 | 2012-11-14 03:00:00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 자기 아이가 천재(天才)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쩜 그렇게 말도 잘하고 숫자도 잘 읽는지 신기하다. 유치원을 떠나 초등학교에 가면 부모들은 세상 넓은 걸 조금은 깨닫는다. 내 아이처럼 똑똑한 아이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아이가 영재(英才)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점수도 석차도 쓰여 있지 않고 담임선생님이 ‘좋은 말’만 써주니 부모들이 착각할 만도 하다.

▷성적표다운 성적표는 중1 중간고사 때 처음 받게 된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석차가 쭉 나열된 성적표를 보고 많은 엄마들이 기절초풍을 한다. 오죽하면 중1 성적표를 받기 전에 우황청심환을 먹으라는 조언이 나왔을까. 그때서야 많은 부모가 자기 아이가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음을 깨닫는다. 초등학교 때 ‘잘한다’는 칭찬만 주로 받았던 아이가 떠안게 되는 실망감과 충격도 크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닦달하고 이리저리 학원을 알아보며 조바심을 치는 것도 이즈음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한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중1 시험 폐지공약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 후보는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 학년’으로 만들어 특기 적성 직업 체험을 중점적으로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1 중간 및 기말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전교조 정책과 비슷한 공약을 어떻게 보수진영 후보가 내걸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후보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문 후보는 전부터 “지능지수(IQ)와 학습 능력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아이들에게 학과 공부만이 아닌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에겐 여러 지능이 있으며 모든 아이가 똑같은 방식으로 배울 수 없다고 주장한 미국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번역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수영을 했더라면 오늘의 성공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미술을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저마다 재능이 있고 그것을 찾아주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중1이 아닌 중2 때 성적표가 나온다고 엄마들의 한숨 소리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