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지음·강수희 옮김/344쪽·1만5000원·추수밭
늑대 브레닌은 철학자인 저자와 함께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추수밭 제공
저자는 브레닌이 야성을 가진 늑대임을 항상 기억하고 단순한 반복 훈련이 아니라 브레닌 스스로 ‘이 같은 선택을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식으로 길들였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브레닌은 목줄 없이도 저자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브레닌을 늑대가 아니라 큰 개로 여겼다.
그렇게 11년간 야성을 간직한 브레닌과 함께 살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오래전 같은 길을 걸었을 늑대와 인간이 왜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까’를 고찰한다. 그리고 인간, 즉 영장류의 지능은 더 강한 성적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속임수와 계략을 쓰게 되면서 발전했는데, 이것이 늑대와 영장류를 갈라놓은 핵심적인 차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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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었지만 일반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진 않는다. 철학자와 늑대 간의 눈물겨운 우정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저자는 브레닌이 세상을 떠난 후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브레닌으로 할 만큼 늑대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정의 술회보다는 브레닌의 특징, 길들이는 과정, 이를 통한 인간 들여다보기가 책의 줄기를 이룬다. 브레닌의 잘생긴 얼굴이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작게 한 컷만 실린 점도 아쉽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