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환경행정 불신 키우는 부처할거
환경부의 부실 대응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담당 국장이 책임질 사안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유영숙 장관의 지휘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유 장관이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변화하는 환경행정 수요에 정부 조직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
화학 분야에서는 매일 600건의 특허가 쏟아지고 4400개 물질이 새로 등록되고 있다. 그야말로 ‘도처에 있는 화학물질(Ubiquitous Chemical)’이란 말이 딱 맞는 세상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종의 화학물질을 먹고 바르고 사용한다. 그런데 화학물질 관리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 불산 사고가 났을 때 환경부와 지식경제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사고가 난 곳이 지경부 산하 산업공단이고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독성가스에 대한 관리책임은 지경부에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었다. 액체인 불산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기체인 불산가스는 독성 가스라서 지경부 관할이라는 논리다. 반면에 유해물질에 대한 사후관리는 환경부 책임이라는 게 지경부 주장이었다. 독성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 관리는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처음엔 유 장관이, 다음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뒷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에 앞서 지경부와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거래 관할권을 가져오기 위해 조직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었다. 마침내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총괄부서가 되고 배출량 할당은 지경부가 맡기로 조정이 되었지만 이런 식의 관할권 다툼과 부처 할거주의에 기업들은 냉소를, 국민은 불신을 보내고 있다.
환경에 에너지 ·원자력 통합추세
4대강 사업은 새로운 차원의 물 관리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여름 환경단체와 야당은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이라며 국토해양부를 공격했다. 국토부는 하천 수질은 환경부 소관이라고 떠넘겼다. 수질과 상관없이 물을 퍼가는 수자원공사는 뒷짐 지고 있는데 환경부만 냉가슴을 앓았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과 수량, 생태계의 통합적 관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우리로서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환경친화적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할 책무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