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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 검사, 유진 주식매매로 2억 차익… 미공개 정보 이용한듯”

입력 | 2012-11-10 03:00:00

■ 경찰, 차명계좌로 10억원 유입 확인




서울고검 김모 검사(51·부장검사급)가 유진그룹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김 검사 소유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이 10억 원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진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에서도 억대에 달하는 돈이 흘러든 정황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김 검사가 유진그룹 주식을 매매해 단기간에 2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기업으로부터 해외여행 비용을 일부 제공받은 의혹도 제기했다.

○ 김 검사, 유진 주식 시세차익 2억

경찰은 김 검사가 지난해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3∼8개월간 보유하다 되팔아 2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검사가 미공개 공시 정보를 유진 측에서 넘겨받아 높은 수익을 올렸을 개연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검사는 이와 별개로 2008년에도 후배 검사 2, 3명과 함께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가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유진의 자회사가 매각된다’는 정보를 포착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했다고 보고 있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지만 직위를 통해 얻은 기업 내부 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아직 김 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 유무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가 조사를 거쳐 소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를 분석한 결과 1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유진그룹 6억 원, 조희팔 측근 2억4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몇몇 중소기업에서 수백만, 수천만 원씩 입금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의 계좌로 돈을 보낸 기업들을 상대로 대가성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김 검사가 국내 대형 통신사 임원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검사가 2008년 이 회사 임원 A 씨와 마카오로 4박 5일 여행을 갈 때 항공료 등 일부 여행비를 A 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었고 옆 부서인 특수2부에서 이 회사의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이었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9일 검찰 기자실에 서면 해명자료를 보내 “2008년 5월경 가정 사정 때문에 고교 동기(조희팔 측근 강모 씨)에게서 돈을 빌려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차용증과 이자 약정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 2009년까지 갚았고 객관적 증빙도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에서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돈에 대해선 “처의 암 투병 등으로 급하게 집을 옮겨야 할 상황에서 친분이 있는 사회 후배에게서 돈을 빌려 전세금으로 썼는데 돈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아직 변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진 측에서 수표로 5억5000만 원을 주고 5000만 원은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입금했는데 이때 사장의 친척과 회사 직원, 직원 가족 등 6명의 명의로 나눠서 돈을 보냈다”며 “정상적으로 빌려 주는 돈이라면 주는 쪽이 왜 명의자를 쪼개며, 김 검사 역시 왜 굳이 차명계좌를 썼겠느냐”고 말했다.

김 검사가 강 씨에게서 빌린 돈을 갚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강 씨가 김 검사에게 돈을 주고 몇 달 뒤 수사를 피해 중국으로 밀항했는데 어떻게 돈을 갚았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실제 돈을 갚았다면 수배 중인 용의자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이어서 도피자금 제공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희팔 수사 때 망신당한 경찰의 반격

김 검사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의 존재는 경찰이 조희팔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했던 강 씨가 거액을 입금한 수상한 계좌를 발견했고 계좌의 실사용자가 김 검사란 사실을 알아냈다.

당초 검찰과 별도로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검찰에게 망신을 당했다. 경찰은 5월 중국에 잠적한 조희팔이 2011년 말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얼마 뒤 검찰은 “조희팔이 생존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조희팔을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했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경찰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절치부심해 조희팔 은닉 재산의 행방을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고 그 결과 김 검사 관련 의혹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 : 특임검사 : :

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총장이 임명할 수 있는 한시적 소추(공소 제기 및 소송 수행)기관이다. 특임검사는 직무와 관련해 누구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으며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특임검사가 가동된 것은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