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 ★★★★
6일 게르기예프의 ‘분신’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마스트미디어 제공
지난해 게르기예프가 총감독을 맡았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손열음의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은 물 만난 고기처럼 찰떡궁합을 이뤘다. 88개 건반 전체를 휘저으며 작곡가 특유의 리듬감을 꿰뚫는 해석은 놀라웠다. 특히 트럼펫 수석 티무르 마르티노프가 함께한 2악장 재현부는 늦가을의 처연한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르기예프가 직접 가져온 ‘이쑤시개 크기’의 나무 지휘봉은 분위기가 고조되면 때로 객석으로 날아가기도 하지만 이날은 끝까지 그의 손에 잡혀 있었다. 이쑤시개의 날카로운 궤적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번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작곡가 최후 교향곡의 난해한 실타래는 2악장, 첼로 독주와 금관의 코랄이 교차하는 대목에서 더할 나위 없이 단정하게 해체되었다. 또한 악기 배치를 공연마다 달리하는 게르기예프가 더블베이스와 첼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쳐놓은 효과는 대단했다. 저음이 무대를 횡으로 가르며 객석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는 장송행진곡풍의 4악장에서 극대화됐다. ‘게르기예프에 의한, 게르기예프의 공연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콘서트홀에는 지휘대가 아예 없다. 이는 내한 무대에도 그대로 적용돼 그의 무대에서의 활동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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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