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전 盧-鄭 단일화 물꼬 튼 날 文-安 회동 합의
11월 5일은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가 정몽준 의원에게 후보단일화 제안서를 공식 전달하면서 단일화 협상이 궤도에 오른 날이기도 하다.
문, 안 후보가 6일 만나면 ‘후보 등록일 전에 단일화를 해 정권교체에 진력한다’는 큰 틀의 원칙론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은 실무대표 간 협상에서 논의하고 두 후보가 최종 사인하는 형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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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강연 마친 安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5일 광주 전남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전략적 판단을 하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 편’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안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안철수가 우리 편인가’ 하는 회의가 일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최근 호남에서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것도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과 함께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안 후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를 의식한 안 후보가 ‘단일화 피로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호남에서 문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반전 카드로 호남 일정 도중에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이다.
○ 安의 살라미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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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9월 19일 출마선언 때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시점에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를 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했다. 9월 25일엔 “이미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단일화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10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선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라며 단일화에 응할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10월 29일 캠프 회의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종합 정책을 발표하는 11월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한발 나아갔다. 그러나 ‘너무 질질 끄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자 더이상 미뤘다간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6일 회동’을 전격 제안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 첩첩산중 단일화 협상
마침내 두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앉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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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두 후보가 ‘단일화 원칙’에 웃으면서 합의해도 한동안 실무 협상단은 단일화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여론조사 문구나 약간의 지지율 차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짧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음모’? 2002년 비화 살펴보니…
▶ [채널A 영상] 2002 단일화 주도했던 당사자가 보는 2012 단일화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