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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연금저축 10개중 6개는 10년 유지율 반토막

입력 | 2012-11-05 03:00:00

10년은 부어야 세금혜택 받는 연금저축 실제 유지율은?




2005년 12월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배모 씨(42)는 지난달 연금저축을 해약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계속 살려면 전세보증금을 5000만 원 올려줘야 했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도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 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됐기 때문에 지금 해약하면 그동안 받은 소득공제 혜택 300여만 원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4일 금융감독원 연금저축 비교공시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은행과 생명보험, 손해보험,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한 연금저축 상품 중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61개 상품의 계약 유지율을 조사한 결과 유지율이 50%를 넘은 상품은 25개(4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씨처럼 가입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연금저축을 해약하면 그동안 받은 소득공제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36개 연금저축 가입자 상당수는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생명보험회사에서 판매한 연금저축보험 상품 중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7개 상품 중 10년 계약 유지율이 50%를 넘는 상품은 농협생명의 ‘트리플에이연금공제’(64.1%), 삼성생명의 ‘골드연금보험’(57.9%), 한화생명의 ‘하이드림연금보험’(55.4%) 등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회사의 연금저축보험 상품도 10년 유지율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손보사의 연금저축 상품 10개 중 그린손보의 ‘실버플러스’(100%)와 현대해상의 ‘하이노후사랑보험’(56.20%), LIG손보의 ‘미래골드보험’(50.37%) 등 3개만 유지율이 50%를 넘었다. 박주호 그린손보 홍보팀장은 “그린손보의 연금저축 상품은 원래 유지율이 높다”면서도 “실버플러스 상품 유지율이 100%가 나온 것은 가입자 수가 적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은행권의 연금신탁 상품 17개 중 유지율이 50% 이상인 상품은 10개로 유지율이 보험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았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의 10년 유지율이 저조한 것은 연금펀드나 연금신탁에 비해 초기 수익률이 낮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저축보험은 가입 초기에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많이 떼기 때문에 조기에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는다.

삼성생명 소속의 한 보험설계사는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다 보니 급한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우선 연금보험부터 해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저축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하는 것 외에 만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 형태로 받아야 한다. 가입한 뒤 5년이 안 돼 해지하면 벌금 성격의 가산세(불입금의 2.2%)까지 내야 해 손해가 크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연금저축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기간을 채우면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조기에 해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 가입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