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사회부장
소외계층 외면하는 ‘사이비 좌파’
두 종류의 좌파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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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겨울 새벽, 청년은 부르튼 손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움츠린 어깨를 보고 발길을 떼지 못한다.
1번은 불의, 불공평을 유달리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세상을 내 뜻대로 도모해 보겠다는 권력 의지가 강하다. 2번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여기는 따뜻한 마음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혁명을 꿈꾸는 경우다. 1, 2번의 공통점은 정의감이다. 하지만 1번은 인간애가 결여돼 있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기 십상이다.
“여자친구 생기면 엄마가 시내에 아파트를 사준대요. 아파트 얻을 때까지만 누가 여자친구 안 해줄래요?”… 김 의원의 트위터 글에서 그가 소외계층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그들에 비해 나은 자신의 물질적 환경을 송구스러워했다는 흔적은 찾기 힘들다. 이런 유의 좌파 가운데는 특정한 사관(史觀)이나 이념의 잣대로 역사를 재단해 버리는 책 몇 권, 연설 몇 번 듣고 난 뒤 ‘거꾸로 된 역사를 통찰하게 됐다’는 착각에 빠진 부류가 많다.
김 의원만이 아니다. ‘좌파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의 반열에 오른 교수 작가 연예인 중 상당수는 모순과 기만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 입만 열면 기득권 시스템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기득권 구조의 단물을 향유하며 사는 데 조금의 민망함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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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가 우글대는 건 우파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에서 진보파는 당장 약자에게 도움이 될 방안을 우선시하는 데 비해, 보수는 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동체에 도움이 될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 때문에 보수주의자에겐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신념, 장기전을 치러낼 신독과 절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요즘 여당 후보 주변에는 그저 기득권층에 불과한 이들이 여럿 보인다. ‘경제민주화’ 등의 그럴듯한 말을 내뱉지만 실상은 독재 시절부터 권력과 재력을 탐해 온 낡은 얼굴들이다.
대선을 앞두고 “셋 중 누가 되어도 괜찮은 거 아냐?”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사실 사람만 놓고 보면 주요 세 후보 모두 모범적인 삶을 거쳐 왔고, 균형감각을 중시하고 있다.
기득권 비난하며 자신은 단물 향유
하지만 대선은 대통령 한 명만을 뽑는 게 아니다. 공직이라는 거대한 논에 어떤 물(인물)을 댈지를 정하는, 거대한 수문(水門)을 여는 일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중도 온건을 강조하며 집권했고 실제로 시장과 한미동맹을 중시했다. 하지만 DJ 정권에서 공직의 수문은 이념적 스펙트럼의 왼쪽 극단으로까지 활짝 열렸고, DJ에 비해 훨씬 과격한 인사들이 위원회, 단체, 방송사 등에 진입해 현대사를 재단하고 사회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낡은 우파들이 교회, 지역 등의 인연을 업고 숱한 자리를 차지해 역사를 되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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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사회부장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