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도착 알아도 어디로 타야하는지…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승강장에서 1급 시각장애인 강시연 씨(왼쪽)가 ‘서울 대중교통’ 앱을 사용하고 있다. 동행한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안재승 주무관과 앱 개발자 이병진 유비엔에스 시스템사업팀장(오른쪽)이 강 씨가 지적한 불편사항을 메모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마포 9번 버스, 1분 후 도착. 첫 번째 전 정류장.”
1급 시각장애인 강시연 씨(27·여)는 안내견 ‘지미’의 목줄을 꼭 잡아 쥐었다. 폭이 5m도 안 되는 버스 정류장에는 20여 명이 넘는 학생, 시민이 뒤엉켜 있었다. 잠시 후 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출입문 쪽으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혼잡함 속에서 어느 쪽에 타야 할 버스가 있는지 찾기도 전에 버스는 떠나버렸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전철역 정류장. 강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안내받아도 소용이 없어요. 저 같은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버스를 타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평소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혼잡한 정류장에는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버스 탈 때 도움 받기가 수월할 것 같아요.”
안 주무관은 강 씨의 이 말을 꼼꼼히 노트에 적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날 강 씨가 서울시 공무원과 함께 버스를 탄 이유는 시에서 개발한 ‘서울 대중교통’ 앱을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일반인 위주로 개발된 앱이라 음성으로 메뉴를 안내하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지원한다고 해도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음성안내에만 의존해 기능을 찾으려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예컨대 자동응답시스템(ARS) 음성안내에서 1번부터 50번까지 순서대로 안내하는 음성을 전부 들은 뒤에야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찾을 수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웹접근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강 씨는 앱이 출시되자마자 자신이 사용하면서 겪었던 불편함을 서울시에 e메일로 보냈다. 이날은 강 씨가 직접 시 공무원들과 동행해 지하철과 버스를 타며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체크했다. 시는 이날 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7월경 ‘서울 대중교통’ 앱을 전면 개선할 계획이다. 또 교통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개선사업에도 이날 조사를 참고하기로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