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태평노인이 지었다는 책 ‘수중금(袖中錦)’에는 ‘고려비색(高麗翡色)이 천하제일’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고려가 송나라를 모방해 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송나라 청자를 제치고 고려청자가 천하제일이 되었다는 의미다. 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도기의 푸른빛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말한다’고 기록했다. 비색의 ‘비(翡)’는 원래 ‘물총새’인데 지금은 고려청자 색깔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고려·조선시대 자기 명품 전시회가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은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1989년 개최됐던 ‘고려청자명품 특별전’ 이후 23년 만에 열리는 고려청자 전시회다. 청자 완형만 350여 점이 출품된 전시회에는 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간송미술관 및 개인소장품,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과 야마토문화관 소장 국보급 고려청자가 전시되고 있다. 어미 원숭이의 뺨을 쓰다듬고 있는 새끼 원숭이를 묘사한 청자모자원형연적(국보 270호)은 고려시대 미적 감수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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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