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료들은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진땀을 흘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국인 거주여건과 관련해 “국제기구 직원들이 이용할 병원이 있느냐” “자녀가 다닐 외국인 학교는 있느냐”는 외국인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답은 군색할 수밖에 없었다. 명색이 경제자유구역인데도 송도에는 아직 외국인이 선호할 대형 종합병원이 없다. 외국인 학교도 한 곳뿐이다.
정부가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세부 규정이 없어 외국인 투자가들이 병원 설립을 주저하게 만든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외국인 투자나 해외 의료관광객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되고 비용이 비싸지만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을 만들고 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지만 10년간 설립된 사례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치며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갇혀 답보 상태다. 업종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의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거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며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있다. 전체 병원의 절반 이상이 개인이 운영하는 사실상 영리병원 형태인 현실에서 영리병원을 이념적 논쟁거리로만 몰고 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리병원은 병원 형태를 다양화하고 의료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회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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