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최선… 대표팀 빠진 날 K리그 2골 펄펄“반항하느냐” 최강희 감독 농담
17일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4차전 때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동국(전북)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환하게 웃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 엔트리에서 빠진 뒤 치른 K리그 4경기에서 4골을 넣는 절정의 골감각으로 대표팀 재승선의 가능성을 높였다. 동아일보DB
22일 전북 전주에서 만난 이동국은 “감독님의 그 말씀이 내게 믿음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감독은 2009년 일본 전지훈련 당시 갓 이적한 이동국이 10번의 연습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쳐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다. 감독의 신뢰 속에 조금씩 골 감각을 되찾은 이동국은 2009년(21골)과 2011년(16골)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지난해 말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르자 두 사람의 인연은 대표팀으로 이어졌다. 이동국은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17일 한국 0-1패) 대표팀 명단에서 이동국을 제외시켰다.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동국에게 “서운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감독님이 명단을 발표하기 전 전북과 경남의 경기(9월 22일)를 보러 오셨다. 이날 감독님이 ‘이란전에서 너를 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 일개 선수에게 선발 여부를 말해줄 필요가 없는데도 내가 마음이 상할까 봐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고 감사했다”며 미소 지었다.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욕심이 생길 법도 하지만 이동국은 “감독님의 머릿속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모든 것은 최 감독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합류에 대한 생각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지금은 ‘내가 대표팀에 꼭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감독님이 ‘이동국은 우리 팀 공격 옵션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전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나는 과거에서 영광을 찾거나 미래에 기대를 거는 선수가 아닌 바로 앞에 놓인 경기만 생각하는 선수”라고 했다. 지금은 대표팀에 대한 생각보다 전북의 리그 2연패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리그 2위 전북(승점 72)은 선두 서울(승점 79)과 27일 리그 우승의 분수령이 될 경기를 치른다. 이동국은 “반드시 이겨 승점 차를 좁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은 내가 대표팀에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하는 이동국은 묵묵히 전북의 공격라인을 지키며 스승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