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한국시리즈 개막 앞두고 암표상 35명 입건
최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매표소 앞에 자리맡기용 상자를 놓고 표 팔기를 기다리는 암표상. 부산 동래경찰서는 23일 상습적으로 암표를 팔아온 일당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카페에 구매 희망 글을 올렸다. 그러자 암표 판매자들이 접근해 와 본인 확인 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상세히 안내해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예매한 사람과 현장에서 표를 받는 사람이 같은지 확인한다. 하지만 이 판매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뒤 7자리 번호와 예매번호를 알려주며 “자동 발권기에 예매번호와 예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관중 700만 시대를 열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에 편승한 암표 판매의 그림자는 짙기만 하다. 한국시리즈가 다가오자 선을 넘은 암표상들의 활동도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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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 등은 1장에 7000∼2만5000원인 입장권을 40∼50장 무더기로 구입한 뒤 관람객이 많은 주말에 보통 2∼3배의 웃돈을 받고 되팔았다. 인기 구단이 맞붙는 주요 경기에는 일당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이 빼돌린 1, 3루석 표만 2000석이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현장 판매분이 10분 만에 매진됐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고 결국 일반 야구팬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비인기 구단 경기라 관객이 적어 암표가 팔리지 않으면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매표소에서 환불을 요구하며 행패를 부렸다.
KBO와 각 구단은 사재기를 막기 위해 한 사람당 표를 현장에선 최대 4장, 인터넷으론 9장까지만 예매할 수 있게 제한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표를 사재기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는 탓이다. 실제로 인터넷 티켓 매매 사이트에선 수십 장의 표를 한꺼번에 내놓는 판매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윤 씨 일당도 PC방에서 5000원씩 주고 고용한 학생들이나 가족을 동원해 표를 쓸어 담았다.
경찰은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날엔 특별단속을 벌이지만 암표상의 교묘한 수법을 따라잡기엔 벅차다. 8, 9일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주변엔 경찰기동대 및 사복 단속반 150명이 투입됐지만 암표상 대부분 단속 소식을 듣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6명을 잡는 데 그쳤다. 매표소 주변을 주로 지키는 단속반을 피해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래하는 건 고전이다. 외야석 표 몇 장을 사둔 뒤 경기장 밖에서 만난 구매자를 데리고 입장한 다음 거래해 경찰의 눈을 피하는 게 요즘 수법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암표를 팔다 적발돼도 경범죄처벌법상 암표매매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최고 20만 원 벌금을 무는 게 전부다. 이번에 부산에서 적발된 암표상 중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롯데가 부산 구덕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때부터 암표를 팔아온 ‘30년 암표상습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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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