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자전거 전용도로와 달리 한강공원의 자전거길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예요. 우리도 여기서 달릴 권리가 있어요.”(마라톤 마니아 박모 씨·38)
토요일인 13일 오후 자전거를 타러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조 씨는 “마라톤대회 때문에 폭 3m의 한강 자전거길이 통제돼 보행자들과 1.5m짜리 보행로를 나눠 썼다”며 “나중에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다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평소 마라톤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박 씨는 “마라톤대회가 봄가을에 주로 열리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이용하지 않느냐”며 “그것도 이해 못해 주느냐”고 반박했다.
광고 로드중
한강 자전거길을 놓고 자전거족(族)과 마라톤족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9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추석 연휴를 제외한 매 주말 자전거길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에는 잠실 잠원 한강공원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모두 3개의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달 7일에도 난지 잠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마라톤대회 3개가 열려 자전거길 중간 중간이 통제됐다. 20일과 27일에도 한강 구간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강 자전거길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수 자체도 증가하고 있다. 2007년에 총 49개가 열렸지만 2011년 61개로 늘어났으며 올해 12월까지 모두 76개가 열릴 예정이다. 자전거길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허가를 담당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2009년에는 한강공원 특화사업으로 인해 공사구간이 많아 마라톤대회 개최 수가 줄었지만, 이후 공사기간이 줄어들고 한강 마라톤대회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면서 개최 수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마라토너, 마라톤대회 진행을 위해 투입된 현장요원들과 자전거족 사이의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광고 로드중
회사원 서모 씨(39)는 “다른 마라톤대회들도 다 똑같다”며 “안전요원들이 자전거를 보고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길을 막아서는 것이 꼴 보기 싫어 지난해부터는 아예 자전거를 잘 타러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라토너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배달차량이나 행사 관련 집기 등을 싣고 온 차량이 자전거길을 달리거나 길을 막고 서 있어 자전거족들이 항의하는 일도 잦다.
○ 마라톤대회 축소가 해답?
양측의 신경전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내년부터 한강 자전거길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를 축소할 것이라는 말이 돌며 더욱 가열되고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는 그 같은 방침을 검토 중이다. 행안부 김기영 자전거정책과장은 “매 주말 마라톤대회 때문에 정작 자전거가 자전거길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이용 원칙을 세우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도 현재 매일 열릴 수 있도록 돼있는 마라톤대회를 매월 첫째, 셋째 주 주말에만 허가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