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간 발견되지 않고 있는 ‘미지입자’ 유럽물리학계 내년초 실마리 잡을 듯
올해 7월, 48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애타게 찾던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81년간 발견되지 않고 있는 미지의 입자인 자기홀극 찾기에 나섰다.
캐나다 독일 미국 등 10개국 18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MoEDAL)은 힉스 입자 발견의 일등공신인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새로운 검출기를 설치해 작년 1월 실험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르면 내년 초 자기홀극의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발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거론되는 자기홀극은 ‘조-마이손 자기홀극(Cho-Maison monopole)’이다. 여기서 ‘조’는 건국대 석학교수인 조용민 교수(사진)의 성을 딴 것이다. 한국 물리학자가 제안한 입자를 CERN 실험에서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교수는 디랙의 자기홀극과는 다른 종류를 제안했다. 그는 힉스 입자가 있는 표준모형에서 존재하는 자기홀극의 존재를 이론으로 만들었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때 친분을 쌓은 디터 마이손 박사와 함께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풀어 이를 입증했다. 조 교수는 1997년 ‘피직스 레터스 B’에 이 연구결과를 실으면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의 존재를 처음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물리학계는 표준모형에서 자기홀극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 교수의 관련 후속 논문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15년이 지난 올해 6월 CERN 연구진이 학술 워크숍을 연 자리에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의 발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조 교수의 이론은 드디어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됐다. 이번 연구의 총괄 책임자인 제임스 핀폴드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는 11월 방한해 조 교수와 실험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올해 힉스 입자 발견으로 표준모형이 자연의 기본법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조-마이손 자기홀극은 표준모형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기홀극일 뿐 아니라 발견될 경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입자를 찾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