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오역 정정한 세계문학시리즈 펴내
박목월 시인의 시 ‘4월의 노래’의 도입부.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가곡으로도 익숙한 이 노래의 일부를 ‘베르터의 편질 읽노라’로 바꿔 부르면 어떨까.
출판사 창비가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사진)를 펴냈다. 1차분으로 11권을 선보였고, 앞으로 매년 10여 권을 펴낼 계획이다. “원문과 일일이 대조해 엄격한 번역을 했다”는 이 전집의 1호는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익숙한 제목과는 차이가 있다. 이유가 뭘까.
또 ‘Leiden’은 영어권에서는 ‘Sorrow’로 번역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향을 받아 ‘슬픔’으로 번역됐다는 것. 하지만 ‘Leiden’이 단순한 슬픔이 아닌 베르터의 고통과 괴로움을 복합적으로 그린 단어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옮기면 ‘고뇌’로 번역하는 게 맥락에 맞다고 임 교수는 말했다. 또 ‘Leiden’이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인 것은 베르터의 고뇌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지하생활자의 수기’ 등의 제목으로 소개됐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지하에서 쓴 수기’란 제목으로 나왔다. 기획위원인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영어식 제목(Notes from Underground)을 그대로 옮겨 ‘from’이 ‘으로부터’가 됐던 번역투 문장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자에게 익숙한 제목을 포기하는 점은 판매에 불리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틀린 줄 알면서도 앞선 제목들을 그대로 따르기는 힘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인 만큼 큰 혼동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