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구로 인테리어 하기
우리 전통 가옥과 서양 주택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눈높이’다. 흔히 천장이 낮은 방과 야트막한 가구로 꾸민 한옥 공간은 ‘눈높이가 낮다’고 하고, 천장이 높고 키 큰 가구를 둔 서양식 주택은 ‘눈높이가 높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실내만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외 공간까지 포함해 말하면 이 판단은 정반대가 되고 만다.
평지에 짓는 서양 주택은 주택과 마당, 정원의 높이가 같다. 테라스란 실내에서 바깥 땅(라틴어 terra)으로 나가는 연결공간을 말한다. 이처럼 서양 주택은 실내와 테라스, 실외가 모두 같은 높이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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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의 눈높이는 문갑을 기준으로
2010년 제3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만식 씨의 반닫이책장.
안방 침대를 낮은 것으로 바꾼다면 쉽게 한옥 안방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전통가구로 방을 꾸밀 때 눈높이는 문갑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한옥에서는 낮게 달린 창 아래 문갑을 두었기 때문에 이 눈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대 옆 벽면에 네 폭의 그림을 붙여두되, 그림아래쪽 선이 문갑 높이 정도 되고 낮은 침대 높이와 얼추 비슷하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한옥 안방 아랫목 벽의 다락문도 비슷한 눈높이인 데다 네 짝 문에 화조도를 그려 넣었으니, 이와 흡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예쁜 아기장(버선장)이나 반닫이를 두고 윗목에 사방탁자와 장롱을 두면 큰 고민 없이 아늑한 안방을 만들 수 있다.
안방의 높은 침대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서재를 전통가구로 꾸며볼 수 있다. 창이 낮게 달려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높게 달려 있다면 커튼 대신 발(중국산이나 일본산보다 이왕이면 우리 전통 발이 좋다.)을 아래로 늘어뜨려 눈높이를 낮춰주고 그 아래 문갑을 길게 배치하면 제법 분위기가 산다. 창 옆에 족자를 비슷한 길이로 걸어두면 눈높이가 같아져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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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전통가구 함께 둘 때는 입식으로 꾸며야
16세기에 만들어진 2층 책장(개인 소장)
소파 대신 편안한 의자와 낮은 테이블을 두면 한결 세련된 입식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때는 부분적으로 카펫을 깔고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야 안정감이 살아난다. 카펫이나 의자, 소파 등은 조금 어두운 색으로 맞추는 것이 전통가구와 잘 어울린다. 의자는 높은 나무의자보다는 패브릭으로 감싼 푹신한 낮은 의자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모퉁이에는 머릿장이나 반닫이를 두고 둥근 스탠드를 올려놓거나 도자기나 장식품을 두면 한결 아늑해진다.
입식 공간은 비우기보다 채워나가는 공간이므로 텔레비전 주위에도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사방탁자보다는 찬탁이나 묵직한 반닫이를 두고 위에 액자를 걸어두거나 시렁 또는 선반을 설치해서 작은 장식품을 전시해두면 보기 좋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좌식 공간을 연출할 때는 벽과 바닥을 밝은 색으로, 입식 공간으로 꾸밀 때는 약간 어두운 색조로 차분하게 연출해야 전통가구의 멋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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