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풀어 본 대선후보 단일화 게임
○ 단일화가 필수라지만… 文-安 지지율 박빙땐 막판까지 안갯속
현재 여론조사 추이만 봤을 때는 세 후보가 모두 대선에 나선다면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필수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② ‘건너온 다리 불태우기’ 전략을 고수하며 아직도 단일화에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학자들은 “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했을 때의 지지율 변화를 수학적으로 따지는 것 같다”고 풀이한다.
우선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자를 각각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 해도 지지자는 바로 200명이 되지 않는다. 문 후보의 지지자 중에는 차선(次善)으로 안 후보보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선호도: 문>박>안)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흡수하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응하는 순간 이런 무당파 보수층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협상 기간 지지율이 낮아지면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순간 지금보다 불리한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계산하고 행동한다는 해석이다.
한편 1위인 박 후보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지지율을 너무 높이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면서 2, 3위 후보의 지지율이 끝까지 박빙이기를 기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3자 대결에서 넉넉한 1위를 질주하거나 2, 3위 후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후보 단일화만 촉진하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 권력은 못나눈다는데… 文 공동정부 제안… DJP연합 파기 전례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공동정부에 대한 구상을 오래전부터 밝혀 왔다. 총리 자리나 정부 조각권을 줄 테니 대통령후보는 양보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치사에서 연정(聯政)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데 있다.
이런 제안에 들어맞는 이론은 ④ ‘죄수의 딜레마’다. 두 후보에게 최선의 결과는 서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지만 현재 지지율을 보면 쉽지 않다. 결국 두 후보는 누군가로 단일화해 정권을 잡은 뒤 권력을 나눠 갖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상호협력).
문제는 집권 후 이 약속이 지켜질지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권력을 나눌 수 없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 1997년 대선에서도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 집권 후 내각제 개헌이 무산되며 협상이 파기됐다. 실제 문 후보와 안 후보도 서로를 믿지 못해 둘 다 독자출마(상호배반)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팽팽하게 전개된다면 ⑤ ‘치킨게임’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막판에 누군가가 “이대로는 공멸한다”며 출마를 포기하면 자연스레 다른 한쪽으로 단일화가 되겠지만 둘 다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박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이라는 (두 후보에겐)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7년 대선이다.
○ 이론은 참고사항일뿐… 게임이론과 다른 길 걷는 후보 나올수도
전문가들은 이런 수학이론들은 참고사항일 뿐 맹신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의 선택이다. 당시 정 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파기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노 후보 지지층의 결집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 하락으로 나타났다.
신율 교수는 “정치게임은 절대로 이론만으로는 풀 수 없다”며 “현실정치에서 단일화가 쉽지 않은 것도 당장 지지율이 낮은 후보마저 실제 자기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⑦ ‘확증편향’이 선거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고전적 게임이론의 수순을 따르지 않는 ‘돌연변이 후보’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역시나 권력 의지를 종종 의심받는 안 후보가 주된 관심 대상이다. 그가 지난해 자신의 10분의 1의 지지율에 불과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것도 게임이론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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