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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가인명박(佳人命薄)

입력 | 2012-10-04 03:00:00

佳: 아름다울 가 人: 사람 인 命: 목숨 명 薄: 엷을 박




아름다운 사람의 운명은 짧다는 뜻으로, 가인박명(佳人薄命)이란 말로 더 알려져 있다. 홍안박명(紅顔薄命), 미인박명(美人薄命), 재승박덕(才勝薄德)과 같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송대(宋代) 최고 시인이요, 명문장가로 손꼽히는 소식(蘇軾)은 자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다. 스물 둘에 진사에 급제하고 구양수(歐陽修)의 눈에 띄어 문단에 등장했다. 보수파인 구법당(舊法黨)에 속한 그는 온건한 개혁을 주장했다. 신법(新法)파와의 갈등 속에서 ‘의학교공거상(議學校貢擧狀)’ ‘상신종황제서(上神宗皇帝書)’라는 두 편의 글을 통해 혁신 세력을 강력히 비난했다가 서른넷에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좌천당했다. 항주통판 시절에는 적지 않은 풍자시를 지어 혁신 세력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4개월간 구금됐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구법당의 득세와 더불어 예부상서(禮部尙書)라는 고위직에 올랐지만 다시 7년간 귀양살이를 하는 등 그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유가(儒家), 불가(佛家), 도가(道家)를 섭렵하면서 거시적인 인생관을 갖게 됐다. 특히 장자(莊子)와 불교의 선(禪) 사상에 몰입했다. 한적한 절에 머물렀던 어느 날 한 비구니를 보고는 그녀의 젊은 날을 유추하며 ‘박명가인(薄命佳人)’이라는 칠언율시를 지어 자신의 심경을 비유적으로 이렇게 읊었다.

“엉긴 우유 같은 양 볼에 칠흑 같은 머리를 하고/눈빛이 발에 들어오니 주옥처럼 빛난다/하얀 비단으로 선녀 옷을 만들고/입술연지는 천연의 바탕을 더럽힐까 바르지 않는다/오나라 사투리 애교 있는 소리는 앳되기만 하니/끝없는 시간 속의 근심은 알 수 없구나/예로부터 아름다운 사람은 대부분 운명이 기박하니/문을 닫고 봄은 다하니 버들꽃이 떨어진다(雙頰凝소髮抹漆 眼光入簾珠的Z 故將白練作仙衣 不許紅膏汗天質 吳音嬌軟帶兒癡 無限間愁總未知 自古佳人多命薄 閉門春盡楊花落).”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