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사고난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왜 막혔지?” 경험하셨죠A가 차로 바꾸자마자 B→C →D 順으로 브레이크반응시간 지체현상 발생… 한순간에 도로 ‘올스톱’
무심코 차로를 바꾸는 행위가 교통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번 차가 옆 차로로 끼어들면 2번 차는 멈칫하며 속도를 줄인다. 2번 차량 운전자가 1번 차를 눈으로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응시간 지체’ 현상이 생긴다. 이때 2번 차가 1번 차와 충돌하지 않으려면 1번 차보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3번 차 운전자도 지체 현상 탓에 2번 차보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지체 현상이 뒤로 계속 전달되면서 도로가 정체되고, 4번 차는 앞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멈춰야 하는 일이 생긴다. 수학동아 제공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무려 500만 대. 전국 고속도로의 총길이는 4000km에 불과한데, 한꺼번에 차가 몰리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간혹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 지금까지 왜 차가 막혔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학자들은 사고나 공사 같이 특별한 원인 없이 길이 막히는 현상을 ‘유령체증’이라고 부른다. 유령체증은 운전자 한 명이 무심코 차로를 바꾸면서 시작되곤 한다.
B의 뒤차 운전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지체는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결국 계속 뒤로 전달되면서 어느 순간 도로의 모든 차가 멈춰 서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대 모리스 플린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함께 이런 교통체증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모델을 2009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교통체증모델이 어떤 물체가 폭발할 때 생기는 파동이 연속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나타낸 식과 비슷해, 교통체증이 일단 시작되면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플린 교수는 “막힐 때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 모델은 체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령체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차로 변경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옆 차로가 더 빠르다는 것은 ‘착각’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도널드 레델마이어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팁시라니 교수는 추월당할 때 걸리는 시간이 추월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자신의 차로가 막힌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차를 추월할 때는 속도가 빨라 금방 지나가는데, 다른 차에 추월당할 때는 자신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