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변화 요구하며 혜택 작을땐 ‘쪽박’… 행동변화 요구 작지만 큰 혜택줄땐 ‘대박’
DBR 그래픽
○ 너무 큰 행동 변화를 요구하면 ‘쪽박’
존 구어빌 하버드대 교수는 혁신의 혜택이 작으면서 고객에게 큰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기술 혁신은 ‘쪽박’ 신세가 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관행에서 결별하도록 요구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혁신이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현재 쓰이는 쿼티(QWERTY) 자판 대신에 알파벳 배열이 다른 ‘드보락 자판’이 1982년에 나왔지만 결국 실패했다. 타자 속도가 약간 빨라지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타이핑 습관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혁신의 저주’ 현상이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이와 반대로 접근하면 된다. 혜택은 크고 행동 변화 요구가 작아야 소위 ‘대박’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고객 행동 변화가 작으면 혁신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런대로 잘나가는 제품’이 될 수 있다. 반면 획기적인 혁신이어서 고객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지만 큰 행동 변화를 요구하면 신기술이 자리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때로는 고객이 혁신에 저항을 하기도 한다. 이유는 기능적 장벽과 심리적 장벽 때문이다. 기능적 장벽의 좋은 예는 디지센트사의 아이스멜(iSmell)이다. PC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한 이 기술은 처음 소개됐던 2000년 당시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고객의 욕구가 그리 크지 않았고 인조 향기를 맡으면 신체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 때문에 혁신 제품을 거부하는 심리적 장벽도 혁신의 저주를 불러온다. 인스턴트커피가 처음 나왔을 때 가정주부들은 사용하기를 꺼렸다. 사용하기가 너무 편한 인스턴트커피를 남편과 가족에게 타주면 자신이 게으르다는 인상을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고객이 혁신적인 제품을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행동 변화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신기술이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과거와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디자인이나 성능,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혁신 제품 도입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전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mjkim8966@hanmail.net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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