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
통진당 연계한 학생운동 한계
특히 2011년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한 공약 이행보다는 한대련 행사를 학내에 유치하고 홍보하는 데 주력해 한대련 활동을 위한 총학생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행적은 많은 학생들의 눈총을 샀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를 반대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한대련 간부들이 폭언을 쏟아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총학생회장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한대련 간부를 감쌌다. 고려대 학생들이 느낀 분노와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한대련의 행적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개입’, ‘김재연 지키기 운동 전개’, ‘김정일 사망 시 추모 발표 및 사절단 파견 시도’, ‘해군 훈련을 전쟁 도발 행위로 정의 및 규탄’, ‘통진당과의 총선 공모’, ‘특정 후보 지지 선언’ 등이 있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편향되느냐 아니냐가 옳고 그름의 기준은 아니다. 학생회 역시 엄연히 학내 정치를 행하는 곳으로 정치적 주관은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치적인 의사 또는 행동이 ‘학생들의 뜻에 위배되지는 않는가’이다. 앞서 열거한 행적들은 고려대 학생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반영하지 못한 ‘한대련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는 것이다.
또한 특정 정당과의 지나친 협력관계는 학생운동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대련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그들의 목표 중 하나는 정권 교체와 그것을 위한 학생회 장악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할 연대기구의 활동 방향이라기엔 지나치게 노골적이며 불순하지 않은가?
한대련 탈퇴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대련 활동가들은 탈퇴 이후의 대안이 있는지를 묻는다.
새로운 시대 걸맞은 활동 펼칠 것
이달 10일부터 사흘간 고려대 총학생회는 한대련 탈퇴 학생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89%의 학생이 탈퇴에 찬성했다. 한대련 탈퇴는 ‘상식적인 총학생회’를 만들자는 결론과 궤를 같이한다. 상식적인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에 반(反)하지 않고, 상위 조직을 위해 학생을 뒷전에 두지 않는 총학생회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학생운동을 만들어 나갈 때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는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일부 학생운동가들의 좁은 시야로 만들어 가는 학생운동보다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