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98, 14년 만의 컴백 ‘it's R.ef’
● “우리는 야간조 빅뱅, 솔리드 음악 듣고 싶어”
“7080시대를 지나 90시대 향수를 그리워하는 분들의 욕구가 R.ef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어요.” (모두)
1990년대 대표 남성 댄스그룹이자 원조 꽃미남 그룹 알이에프(R.ef, 이성욱 성대현)가 디지털 옷을 입힌 아날로그 감성, 날 것 그대로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1995년 1집 ‘Rave Effect’로 데뷔해 1998년 공식해체 후 14년 만의 일이다.
“‘이젠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정적인 마음이 지배적이었어요. 과거에 앨범을 준비했었지만 좌절됐거든요. 이번엔 달랐죠.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모든 일엔 때가 있다더니 지금에서야 그때를 만난 것 같아요.”(모두)
디지털 싱글 ‘it´s R.ef’는 알이에프의 돌아온 알이에프를 소개하고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앨범으로 나몰라패밀리, H-유진 등과 작업한 작곡가 J&S와 가수 백지영과 2AM, MBC ‘나는 가수다’ 등에서 기타를 담당한 기타리스트 정재필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타이들 곡 ‘사랑을 모르나봐 Part 1’은 알이에프의 1집 정규앨범에 수록된 ‘상심’의 느낌이 묻어나는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알이에프만의 남성적 부드러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1990년대 가요계 전설의 귀환
하지만 돌아온 알이에프는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팀의 맏형 박철우가 빠진 2인조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않은 박철우는 LP(레코드)판 음악을 틀어주는 바(bar)를 운영 중이다. 가수라는 직업 대신 평소 자신이 가장 하고 싶던 일을 하며 동생들을 물심양면 돕고 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여유’와 ‘진심’이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된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고 확신에 가득 차 보였다.
“이제야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과거엔 제작자의 요구에 우리의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거든요. 보여주기 위한 음악과 무대뿐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질 것 같아요. 감정처리부터 호흡, 분위기, 곡의 해석까지 어디 하나 저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곳이 없죠. 그래서 앨범의 인기 여부를 떠나 후회와 미련은 없을 것 같아요.”
은지원의 피처링 참여도 주목해볼 만한 점이다. 성대현과 이성욱은 “은지원을 시작으로 곡마다 과거에 활동했던 아이돌 스타들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며 예전의 그 영광을 함께 재현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밝혔다.
▶ 큰 형님들의 아우들 사랑
“누군가에게 대접받기보단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이성욱)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진심일까 싶어 자세히 알이에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어 호기심이 발동해 생각해둔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었다.
성대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오래전부터 우린 야간 행사장에서 빅뱅과 같은 존재였다. 이젠 주간 조인 진짜 빅뱅과 경쟁해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쑥스럽다는 듯 크게 웃었다. 이성욱이 애써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기자와 가수 모두 웃느라 정신을 놓았다.
가장 눈길이 가는 후배 가수로는 샤이니를 꼽으며, 샤이니를 실제로 만난 뒤 ‘이 친구들이 안 뜨면 내 손에 장을 짓겠다’고 생각했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해체와 불화설 등 많은 아픔을 앞서 겪은 알이에프는 재능 있고 실력 있는 후배 가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도 그때는 어렸고, 감정에 치우칠 시기다 보니 각자가 생각한 목표나 이상을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지금에 와서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땐 받아들이지 못 한 거죠. 돌이켜 보면 우린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거 같아요. 어렸으니까요. 시간이 지나서 알았죠. 전 성욱이랑 철우형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내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웃음)” (성대현), “사람들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니까 어느 순간 정말 소원해지더라고요. 하하” (이성욱)
“모든 그룹 가수들은 싸울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잖아요. 형제자매도 싸우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우는데 각자 살던 친구들이 5명 넘게 모이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서로 말 안 하고 몇 달씩 갈 수도 있어요. 그리고 화해하고 그러다 정말 더 돈독해지는 거죠. 비 온 뒤 땅 굳는다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걸 대중이 크게 확대 해석하니까 더 심해지는 거 같아요. 편 가르기 이런 건 무의미하다고 봐요. 그렇게 싸우고 화해하며 크는 게 삶이죠. 요즘 아이돌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시선이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강산이 한 번 크게 변한 뒤 다시 한 번 영광을 꿈꾸는 큰 형님들은 남다른 출사표를 던졌다. 말 한마디에서도 연륜이 느껴졌다.
“찾아주시면 어디든 출연하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배 그룹의 방송 출연 자리를 넘보지 않으려 합니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아니까요. 가요무대 나가야죠. 하하. 꾸준하게 공연 무대로 찾아뵐게요. 지켜봐 주세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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