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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싱 스페셜] 레이저테러 막을 뾰족수 없으니 원…

입력 | 2012-09-21 07:00:00

19일 사직 롯데전 승리 직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SK 이만수 감독(왼쪽)을 향해 정체불명의 한 관중이 레이저 빔을 쏴 파장을 낳고 있다. 사직|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KBO, ‘사직구장 사태’에 대책없어 발동동

자칫하다간 실명할 수도…사실상 흉기
짐 검사 엄격하게 하면 인권 침해 소지
범인 색출 방법 막막…제재 규정도 모호
KBO “티켓 뒤에 강경 제재 문구 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4팀, 삼성 SK 롯데 두산의 마케팅팀들과 미팅을 했다. 원래 목적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구장관리와 안전에 관련된 회의였는데, 19일 사직구장에서 터졌던 ‘레이저 빔’ 사건도 안건에 올랐다. 19일 롯데가 SK에 대패하고 2위에서 밀려나자, 화가 난 어느 롯데 팬이 SK 이만수 감독의 얼굴을 조준해 레이저 빔을 쏜 돌발사건 때문이다. 다행히 이 감독이 다치지 않고 넘어갔지만 수술용 도구로 알려진 레이저 빔은 자칫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흉기’다. 특히 사직에 출현했던 레이저 빔은 어디서 공수했는지 몰라도 빛의 밝기와 크기가 워낙 커서 더 위험했다.

○난감한 롯데

롯데 구단은 사태에 난감함을 표시하고 있다. 수천, 수만의 불특정 다수가 운집한 가운데 악의적 의도로 ‘테러’를 자행한 범인을 색출할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찾아내기는 더욱 어렵다.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메이저리그처럼 야구장에 들어올 때, 관중의 짐 검사를 엄격하게 하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몰래 레이저 빔을 들여와서 쏘다가 잡혀도 제재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야구장 영구 출입금지나 형사입건 같은 강경책을 쓸 근거가 없다.

사전·사후 대책이 모두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가능한 조치는 경호와 홍보 강화다. 경기 도중뿐 아니라 경기 전·후까지도 경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전광판 같은 구장 내 시설을 이용해 관중의 주의를 환기할 계획이다. 이 부장은 “SK에서 따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SK에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팀 리더인 홍성흔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팬은 선수들과 같이 뛰는 것이고, 팬들과 같이 롯데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인데 안타깝다. 언론에서 이런 짓은 안 된다고 자꾸 강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심각한 KBO

사태를 중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KBO도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 보안을 강화할수록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불편과 인권침해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KBO는 이런 불의의 위협에 대응할 성문화된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그동안 티켓 뒤에 경기 중 진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할 경우 퇴장시킨다는 문구를 달았는데, 이제 경기 도중뿐 아니라 ‘경기 전과 후’라는 항목까지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새 인쇄문구를 넣는데 시간이 필요하기에 새 규정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행된다. 또 추후 더 신중한 검토를 통해 선수들의 신체에 위협을 가한 팬이 적발되면 한층 강화된 징계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KBO는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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