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여성동아팀장
이후 뻔한 고부갈등의 연속이었다면 이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들을 잃어버렸던 30년 세월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시댁 식구들이 “매일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 “애는 언제 낳을 거냐”며 채근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바로 버려야 한다” “이불 베개는 밖에 나가서 탈탈 털어 먼지를 빼주는 게 좋다” “현관 바닥도 좀 닦아야겠다”라며 일하는 며느리의 형편없는 살림 솜씨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정도는 사실 시집살이랄 것도 없다.
아들 부부 집을 내 집처럼 여기고 따로 열쇠까지 챙겨서 수시로 드나들며 냉장고 속을 채워주고 빨래 돌려주는 시어머니들, 우리 주위에 정말 흔하다. 물론 다 자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반기는 며느리는 거의 없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시댁 어른들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73%가 ‘알려주지 않겠다’고 대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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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뒤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백배 공감한 분들, 이제 실천에 옮길 기회가 왔다. 집안의 근심인 취업준비생에게 “아직도 직장 못 구했어? 아무 데나 들어가지”라고 무심코 말하지 말자. 결혼한 며느리에게 “애는 언제 가질 거냐”라고 압박하지 말자. 공부와는 거리가 먼 조카에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하고 구박하지 말자. 푸짐한 명절 음식 앞에서 “살 좀 빼지” 면박 주지 말자.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상대가 듣기 싫은 말만 안 해도 명절 분위기 망칠 일은 없다.
그리고 자식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께 명절 때만이라도 잘하자. 작자 미상 ‘권효가(勸孝歌)’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열 자식 키운 부모 하나같이 키웠건만/열 자식은 한 부모를 하나같이 싫어하네/자식 위해 쓰는 돈은 한도 없이 쓰건마는/부모 위해 쓰는 돈은 한두 푼도 아깝다네.’
고향 부모님이 목을 빼고 기다리시는 추석이다.
김현미 여성동아팀장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