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홍보담당 부서에서는 선수들에게 차를 한 대씩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광고보다 싸게 먹히며 효과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젊은 피 선수들이 GM 산하 쉐보레의 콜벳이나 카마로 ZL1 등 스포츠카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상상해보라. 맨유의 ‘붉은 악마’들이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하는 게 최고의 홍보인 셈이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이런 특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퍼거슨은 특정 나이 이하 선수들에게는 차를 주지 못하도록 했다. GM은 홍보 책자에 최신 셰비 스포츠카가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보다 무려 시속 100km를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자랑한다. 홍보 안내문도 ‘잘 빠진 라인’ ‘도로 위의 새로운 강자’다. 라이언 긱스는 이런 차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 긱스와 리오 퍼디낸드는 고급 스포츠카를 사 모았고 사고 없이 잘 운전해 아직 살아 있다.
퍼거슨은 왜 대니 웰벡(22)과 필 존스(20), 크리스 스몰링(23), 하파엘 다 시우바(22)에게는 스포츠카를 못 타게 하는 것일까.
올해로 70세인 퍼거슨은 50년 이상 축구와 살았다. 젊은 선수를 능력과 경험이 조화된 스타로 어떻게 만들지를 잘 알고 있다. 퍼거슨이 23세란 선을 그은 배경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2009년 1월 8일 아침 퍼거슨은 훈련에 늦겠다는 호날두의 전화를 받았다. 호날두는 터널에서 자동차 사고를 내 빨간 페라리 599GTB를 망가뜨렸다. 호날두는 충격을 받긴 했지만 다치진 않았다. 호날두는 경찰 조사에서 스포츠카의 파워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호날두가 23세였다.
호날두는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였고 시즌이 끝난 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8000만 파운드에 팔릴 예정이었다. 퍼거슨의 뇌리에 엄청난 각인을 남겼을 것이다. 단 몇 초 만에 페라리는 호날두의 모든 것을 날릴 수도 있었다. 퍼거슨의 나이 제한은 결코 즉흥적인 게 아니다. 퍼거슨으로선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