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학교폭력 기재보다 중요한 일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선생님, 국가보안법 폐지하면 안 되는 거죠?” “폐지해도 되지 않을까?” “남북이 분단 중이고, 북한은 결코 변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 왜 폐지를 해야 하나요?”

전교조의 종북-과격함에 섬뜩

최근 출간된 ‘꾿빠이, 전교조’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인 남정욱 씨가 썼다. 어느 고등학생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교사와 주고받은 대화라고 했다. 학생의 마지막 질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인 교사는 어떻게 대답했을까(궁금증을 빨리 풀고 싶은 독자는 칼럼의 마지막 부분부터 보시길).

필자는 전교조의 주장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의견과 신념이 달라서가 아니다. 전교조를 관통하는 과격함과 종북성향에 섬뜩해서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놓고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교조는 1일 충남 천안에서 제64차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학교 혁신 대중화 사업’의 하나로 학교폭력사항 학생부기재 거부 투쟁을 결정했다.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8, 9월에 올라온 보도자료 기자회견문 논평 성명 21건 가운데 11건이 이 문제를 다뤘다. 몇 개를 골라 읽어보자.

사례1. 교과부가 스스로 보수교육단체의 마름을 자처하고 있다. … 아무리 정권 말기라고 하지만 이명박의 아바타 이주호 장관이라 하지만 국가기관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 것일까 심히 우려스럽다.(8월 9일)=교육당국의 수장을 마름이라 부르고,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책을 빼고 이름 석 자만 썼다. 교육자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어디로 갔나.

사례2. 학교폭력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보다는 학교폭력문제의 책임을 덮어씌울 희생양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8월 23일)=정부는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외에도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인성교육 강화, 체육수업 확대, 상담 활성화. 어떤 정책이 희생양 찾기라는 말인가.

사례3. 전북 강원 경기교육청에 대해서는 특정 감사를 실시하고 교사들에게는 징계 운운하며 교육현장에 폭력과 강압만 일삼고 있습니다.(9월 3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위법적인 직권남용의 패악(悖惡)이 도를 넘고 있다.(9월 4일)=현장에 폭력과 강압만 일삼았다? 위법적인 직권남용의 패악? 국어사전은 패악을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지고 흉악함’이라고 설명한다.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하는가.

필자는 전교조의 주장을 담은 자료 중에서 상당 부분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다 △문장이 복잡하고 애매하다 △표현이 딱딱하다 △조사를 정확히 못 쓴다 △오자와 탈자가 많다고 지적했었다(2011년 4월 28일자 A34면… [광화문에서/송상근]전교조 문장론).

교육 아닌 정치 문제로 인식을

문장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음을 지적한 칼럼이었다. 이제는 전교조 문장의 특성에 무례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점을 추가해야 하나.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주장이라 더욱 아쉽다.

사실, 표현의 저급함과 과격함은 전교조의 종북성과 편향성에 비하면 단순한 문제인지 모른다. 남정욱 씨의 말대로 전교조를 다시 봐야겠다.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앞에서 했던 얘기로 되돌아간다.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교사의 반문과 학생의 대답이 이렇게 이어진다. “너, 조선일보 보냐?” “아니요, 저 동아일보 보는데요?” 교사는 교실을 나가버렸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