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역사인식 논란
아버지 사진첩 보는 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오른쪽)가 1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농촌지도자대회 참석에 앞서 김성응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이 건넨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진첩을 넘겨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단호한 박근혜
박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혁당 사건에 대해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 감안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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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결론이 났다.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1월 우홍선 씨 등 사형을 당한 8명에게, 2008년 1월 이 사건으로 실형을 산 생존자 9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1975년 판결과 2007년 판결이 상반되니 실체적 진실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이 1차적으로 내린 판결도 역사적으로 이유가 있을 텐데 두 번째 판결이 모든 것을 뒤집어서 1차적 판결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박 후보를 옹호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대법원의 판결(서울중앙지법의 재심 판결을 의미)은 존중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인정한다”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있고 하니까 그런 것을 다 종합할 적에 역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당황한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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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는 번번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5·16군사정변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 내내 논란을 일으켰다. 유신 체제에 대해서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10일에는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소속 의원 128명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초사법적인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유인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후보가 하는 짓을 보면 ‘위안부의 강제동원 흔적이 없다’며 ‘고노 담화를 취소하겠다’는 작자들(일본 극우파)보다 더한 것 같다. (과거 피해자들을) 부관참시하면서 아버지 때 피해당한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 의원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