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
극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특히 최근 폭우와 가뭄, 폭설과 한파 등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원인이 북극에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각국은 북극 기후변화 관측 및 연구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북극의 급격한 해빙에 따른 자원 개발과 새로운 항로개척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이해 대립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북극 진출 10년을 맞았다. 2002년 4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 니올레순에 세운 ‘북극 다산과학기지(이하 다산기지)’가 세계에서 12번째로 북극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첫 북극 기지다.
다산기지 설립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보다 활발히 북극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북극 해양 생태계 환경과 대기관측 연구에서부터 북극해 해양환경 복원, 동토층 환경변화 관측시스템 개발 등 고차원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북극 진출 첫해 1편에 불과하던 북극 연구 논문도 2010년에는 65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극 연구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한 다자간 국제공동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국제 협력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활발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북극 스발바르 종합 관측망 구축 사업 기획연구(SIOS-PP)’와 ‘그린란드 빙하 시추 프로그램(NEEM)’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캐나다 등 북극지역 국가들과 양해각서(MOU) 체결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08년 ‘북극 이사회(Arctic Council)’ 옵서버 회원국 가입 승인과 함께 2011년 ‘북극과학최고회의(ASSW)’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는 2009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역할이 컸다. 기존 러시아, 캐나다와 같은 북극해 연안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비연안국의 북극해 진출을 꺼려 왔으나 첨단 기술을 갖춘 아라온호의 활약으로 우리나라가 동참하길 원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지금 북극은 신 냉전시대라 불릴 만큼 엄청난 자원과 신항로 문제를 두고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 그린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북극해 진출을 통한 새로운 교역과 에너지 자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북극에서의 새로운 산업 자원 확보를 위한 제2의 도전이 절실하다. 지난 10년이 북극 진출을 위한 준비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북극의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내는 시기여야 한다.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