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피에타’ 김기덕 감독 귀국회견
“‘도둑들’ 같은 영화가 1500개씩 (스크린을) 잡고 있습니다. ‘피에타’는 좌석점유율이 45∼46%이고 이런 영화들은 15% 정도밖에 안 되는데, 1000만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게 도둑들인 것 같습니다.”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52)이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감독은 수상의 기쁨으로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지만 피에타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 영화들이 국제무대에 많이 소개되고 이런 것들이 누적돼 저에게도 (상을) 줬습니다. 한국 영화계에 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가장 기쁜 순간에 인생의 아픈 기억도 떠올렸다고 했다. “상을 받는 순간 청계천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구리 박스를 들고 다니던 열다섯 살 내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청계천 주변 공장 등에서 군 입대 전까지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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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은 뒤 아리랑을 부른 데 대해서는 “중국이 자기네 무형유산에 등재했는데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부르려고 했다”며 “아리랑은 누가 어디에 등록하든 우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예산 영화감독이 수상 때 고가(高價)의 갈옷을 입었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먼저 말을 꺼냈다. “윗옷이 150만 원이고 아래가 60만 원짜리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두드림’ 녹화를 가는데 입을 만한 옷이 없었어요. 인사동 어느 옷가게가 보여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속으로 ‘10만∼20만 원 정도 되겠지’ 했다가 옷값을 듣고 ‘큰일 났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도 없고 앞으로 해외 영화제 1년간 입고 다닐 걸 생각해서 그냥 샀어요. 여자 옷인지도 몰랐습니다. 메이저 그룹 사모님들이 저녁 먹으러 갈 때 이보다 비싼 거 입고 갈 텐데 나도 1년 동안 입고 다녀야 되니 용서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언론에 나가지 않고 시나리오를 쓸 겁니다. 다만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이전에 출연했을 때 약속했기 때문에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피에타 주연 여배우 조민수는 여우주연상을 놓친 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황금사자상을 받고 왕 같은 대접을 받아 모두 잊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민수는 당시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여우주연상으로 꼽았으나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은 추가 수상이 불가하다는 규정 때문에 수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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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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