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뛰고 투자문의 쇄도
지난해 개통한 중국 훈춘과 우란하오터를 연결하는 G12번 고속도로에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네이멍구자치구 우란하오터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를 활용해 내륙의 막대한 물동량을 나진항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오른쪽은 훈춘 다탕 화력발전소. 이 발전소는 연간 44만5000kW의 발전량을 향후 활발해질 대북 교역을 고려해 120만 kW로 높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훈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 시 간부는 지난달 23일 광활한 공터인 ‘훈춘국제합작시범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국경과는 15km, 북한과는 40km 떨어진 90km²의 이 시범구는 1992년 지정됐으나 20년 동안 개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르다. 4월 중국 국무원은 이 시범구를 변경도시 가운데 유일한 국가급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착수했다. 5월 열린 성대한 축하식에서 장안순(張安順) 옌볜자치주 서기는 “공산당 중앙정부와 국무원 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大)개방 대개발로 대발전 대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국제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포스코는 10일 훈춘국제합작시범구 내 1.5km² 대지에 2014년까지 20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기공식을 갖는다. 시범구 개발의 첫 삽을 한국 기업이 뜨는 것. 투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4일 다롄(大連)조선족 기업가들이 대거 방문해 시찰했다. 훈춘 시 간부는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기업의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들어오면서 개발이익이 기대되자 먼저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초 m²당 2400위안(약 43만 원) 안팎이던 아파트 가격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00위안(약 53만6000원)을 돌파했다.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아파트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중국 정부도 투자 조성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지린과 훈춘을 잇는 왕복 4차로 고속도로는 2010년 9월 개통됐다. 고속철도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창춘(長春)에서 옌지(延吉) 투먼(圖們)을 거치는 고속철도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지 주민들은 “완공 날짜를 대폭 앞당긴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훈춘 시는 화력발전소 증축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훈춘 다탕(大唐) 화력발전소의 연간 발전용량은 44만5000kW. 이를 120만 kW까지 올리기 위해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120만 k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으로 한국 대전의 사용량에 해당된다. 훈춘의 한 제조업체 사장은 “현재 훈춘은 전기가 남아도는데 또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주의 한 축인 러시아 연해주도 관망하던 태도를 바꿨다. 국경을 통과하려면 3번의 검문을 받아야 할 정도로 국경 감시에 바빴던 러시아는 최근 중국과 경제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의 훈춘 해관과 접하는 러시아 크라스키노 세관은 현재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대형 차량 검사 및 통관설비가 크게 확충된다.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개발부 장관은 “연말까지 크라스키노 세관 현대화 공사를 마무리지어 통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크라스키노 세관까지 자동차로 5시간 거리의 도로가 새로 건설되고 있다. 이 구간은 일부만 4차로 고속도로이고 나머지는 1997년 개통한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다. 현재 기존 도로 옆에 4차로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북한 나선으로 가는 노선과 상당 구간이 겹친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4일 두만강 지역에서 중-러의 경협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훈춘(중국)=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