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리움미술관서 강연회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5일 강연에서 사적 125호인 종묘를 언급하며 “정말 훌륭한 건축물이다. 아들이 나와 아내가 은퇴 후 살 집을 설계하고 있는데 종묘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일 오전 종묘를 둘러볼 예정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캐나다 출신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83)에게 건축은 예술이다. 그의 작품은 조각품 같다. 바람을 잔뜩 머금은 돛이나 메릴린 먼로의 펄럭이는 치맛자락에 비교될 만큼 역동적이다. 그가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5일 오후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프랭크 게리에게 미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부터 뉴올리언스에 저가로 지은 수해 방지 주택, 세계 주요 도시에 들어선 주름진 고층건물,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로 금의환향해 설계한 미술관까지 ‘건물벽은 수직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깬 파격의 건축 세계를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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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관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동아일보DB
이후 ‘프랭크 게리’의 브랜드 가치는 건축 외의 분야에서까지 급상승했다. 그가 디자인한 티파니 브로치는 100만 달러(약 11억3500만 원), 자선 행사에서 설계한 개집은 35만 달러(약 4억 원)에 낙찰됐다.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광고물에 그의 얼굴 사진을 넣었다.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 제가 캐릭터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를 구겨 던져 놓은 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설계하는 사람으로 나왔는데 실제 그렇지는 않아요.”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고착 상태에 빠지면 미술관에 간다. 그림을 보다 보면 항상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여러 예술작품을 보면서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랑하게 되면 (건축으로) 표현하게 돼 있어요.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보다 건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런데 한국의 전통을 반영한 건물은 별로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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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연에 참석한 젊은 건축가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건축가는 자신의 사후에도 자기 작품이 제 기능을 하는 건물로 살아남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앞으로 사라질 트렌드가 아닌, 나 자신의 감정을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경제가 어렵다, 정치적으로 위험하다, 돈을 벌려면 이건 안 되겠다, 이런 건 재능 없는 이들의 변명이고 핑계일 뿐입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