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 늘어 CNG가격 하락… 업계 지각변동 예고
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7월말 현재 국내에서 CNG를 사용하는 차량은 모두 3만5465대로 최근 1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기존의 휘발유 및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택시와 일반승용차 소유자들이 CNG 차량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NG는 개별소비세만 L당 27원가량 붙어 유류세까지 부과되는 LPG(221원), 휘발유(746원), 경유(529원)에 비해 가격이 싸다. 또 기존 차량을 CNG 차량으로 바꾸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최근 LPG 연료의 주 사용고객인 택시업계가 경유를 택시차량의 연료로 사용할 때도 LPG와 같이 유류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LPG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택시는 수송용 LPG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비층이다.
SK에너지를 비롯한 정유 4사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견제로 휘발유와 경유를 팔아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LPG업계가 자동차회사와 손잡고 신차 개발에 나선 것도 불안요인이다. 현재 LPG 수입사들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연료소비효율과 출력을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인 LPG직접분사(LPDi) 엔진을 단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7월부터는 기존에 경유만을 사용하던 건설기계에 경유와 LPG를 혼합해 쓸 수 있는 엔진 개발에도 나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장애인들이 타던 중고 LPG 승용차를 일반인이 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도 정유업계의 반대가 심했다”며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정유사들도 경유를 쓰는 신차 개발에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천리와 대성 등 CNG 사업자들 역시 기존 도시가스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자 자동차 운송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CNG업계 측은 “2010년에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일어난 버스 폭발사고로 제기된 안전성 문제가 아킬레스건이지만 충전소 등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