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질 순익보다 많아… 금감원 “1000억이상 곤란” 권고에도 강행뜻 비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1일 “SC은행에서 2000억 원을 배당하겠다고 통보해서 배당 액수를 줄이라고 권고했다”며 “2000억 원은 SC은행의 실질적인 상반기(1∼6월) 당기 순이익(1229억 원)보다 많은 액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C은행은 1500억 원 이상 배당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금감원은 1000억 원 이상은 어렵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C은행이 자신들의 뜻대로 배당을 강행하면 금감원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SC은행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많은 액수를 배당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장부상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00억 원이 넘기 때문. 이 은행의 경우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도로 쌓아둔 대손준비금 가운데 일부를 올해 이익에 환입하면서 회계상 당기순이익이 2528억 원으로 늘었다.
2005년 영국 SC그룹에 인수된 SC은행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500억 원을 배당했다. 이 중 1810억 원이 영국 SC그룹으로 들어갔다.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지난해 고배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기되자 “재무건전성이 견실한 상태에서 남은 여력으로 배당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C은행 실적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SC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23억 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특히 2분기(4∼6월)에는 1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벌어들인 4조6628억 원의 순익 중 당시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조2055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반면 2011년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20%대 이하였다. 신한금융지주가 20.3%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은 11.8%, KB금융은 11.7%를 나타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9.4%였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액은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과도한 배당은 은행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내부 유보금을 충분히 쌓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