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세식 변기 물 사용량 3분의1로 줄이는 화장실 신기술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경우 불결한 화장실 환경이 각종 전염병의 온상이 돼 높은 사망률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들으면 수긍할 만하다. 이 때문에 게이츠 재단은 14일 ‘화장실 재발명’ 박람회를 열어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 하수관이 없어도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서는 소변을 모아 물 대신 변기를 씻거나 배설물에서 전기를 만드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였다.
화장실 후진국뿐만 아니다. 이미 수세식 변기 시스템이 자리 잡은 나라들도 물을 아끼는 방식으로 ‘화장실 혁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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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신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트펌프 시스템이다. 물탱크 안에 펌프를 달아 변기로 물을 강하게 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변기 시스템은 물탱크 레버를 내리면 물이 수압과 중력에 따라 나오면서 변기 위쪽 테두리부터 폭포처럼 씻어 내리는 형태다. 제트펌프는 물탱크의 물을 빨아들여 기존보다 20% 높은 압력으로 변기 테두리로 보낸다. 수압이 강해진 만큼 적은 물로도 깨끗하게 변기를 씻어 내릴 수 있으며 물탱크 크기도 줄일 수 있다.
또 일반 변기에서 물은 변기 위쪽 테두리 전체에서 흘러나오는데, 배출구를 하나로 통일해 강한 물살을 일으키는 방식도 있다. 바로 회오리 기술이다. 이 물살이 변기를 돌면서 회전력이 생기고 소용돌이가 일면서 변기를 씻어낸다. 최근에는 물탱크에서 나오는 물 배출구를 2개로 만들어 회전력을 더 높인 기술도 나왔다.
이 밖에 물탱크에 있는 물을 순간적으로 쏟아지게 하는 기술이나 변기에 담긴 물의 양을 최적화하도록 만든 디자인, 레버를 오래 내리고 있을 때 물 소비를 막기 위해 항상 정해진 양의 물을 급수하는 밸브 등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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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강수량은 많지만 특정 기간에 집중돼 있고, 인구밀도도 높아 물 부족 국가로 꼽힌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물 사용량은 1인당 178L로, 이 중 4분의 1이 화장실에서 쓰일 정도로 변기는 대표적인 물 소비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도법을 개정해 7월부터 신축 건물에 들어가는 수세식 변기의 1회 물 사용량을 6L로 제한했다. 이런 절수 기술을 이용할 경우 가구당 연간 37t의 물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구의 5%에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3134만 t의 수돗물을 절약하는 것이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윤홍권 사무관은 “절수 효과가 우수한 변기에는 환경표지인증을 발급해 소비자들이 물 절약 제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물 사용량 다이어트를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