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거센 반발에 철회… 현행대로 의사처방 필요복지부 “3년뒤 다시 검토”
이에 앞서 6월 7일에 정부는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두 달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피임약의 부작용과 구입 방법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민이 혼란을 느끼게 됐다.
당시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은 1년 이상 복용해야 하므로 개인에 따라 유방암 발생과 같은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됐다. 유럽 등 선진국은 대부분 의사 처방전을 받아 사도록 한다”며 전문의약품으로 변경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소비자가 급하게 찾는 만큼 외국에서처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9일 약심에서도 이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현재의 의약품 분류 방식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사용 관행이나 사회 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현 상태를 유지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으로는 당초 결정이 옳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복지부는 부작용 사례를 분석해 분류체계 변경 여부를 3년 후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국, 병원, 학교보건실, 제약업체와 어떻게 협조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약심은 504개 의약품을 다시 분류해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의약분업 이후 12년 만이다.
일반의약품 중 ‘어린이 키미테 패치’, ‘우루사정 200mg’, ‘클린다마이신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바뀌었다. 전문의약품인 ‘잔탁정 75mg’(속쓰림 치료), ‘아모롤핀염산염외용제’(무좀 치료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