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올려 역대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 한국의 첫 ‘더블A 클럽’ 진입이다. 무디스는 상향 조정을 한 이유로 양호한 재정 건전성, 경제 활력 및 수출 경쟁력, 은행의 대외취약성 감소,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들었다. 정부-기업-은행의 노력이 고루 평가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경제 상황 및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많지만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기대되는 직접적인 효과는 대외 차입 여건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우리의 외화표시 채무 규모가 27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연 3억∼4억 달러의 이자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치 선진국이 된 것처럼 과장해선 안 된다. Aa3 등급에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대만 벨기에 칠레 일본 등 7개국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보다 딱 한 단계 올라갔다. 호재인 것은 틀림없지만 1인당 소득이 지금의 절반(1만 달러)이었던 15년 전보다 한 등급 높은 평가라면 썩 흔쾌하지만은 않다. S&P와 피치는 여전히 한국에 외환위기 전보다 각각 1, 2단계 낮은 등급을 주고 있다.
광고 로드중
유럽 등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 특허소송 재판은 보호주의의 먹장구름을 예고한다. 안으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공기업 및 가계 부채 위험이 줄어들면 추가 상향이 가능하다”는 무디스의 논평을 곱씹어봐야 한다. 일자리, 양극화, 고령화, 노사관계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불쑥불쑥 고개를 쳐드는 포퓰리즘은 특히 위협 요인이다. 이번 등급 조정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되돌아보고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