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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군자난언(君子難言)

입력 | 2012-08-28 03:00:00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難: 어려울 난 言: 말씀 언




군주를 설득하는 어려움을 말한 것으로 주로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의 어려움을 말한다.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극한 말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것입니다. 현명하고 성스러운 군주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주지 못합니다(君子難言也. 且至言오於耳而倒於心, 非賢聖莫能聽).”(한비자 ‘난언·難言’편) 여기서의 군자는 유세가(유세·遊說·책사가 제후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기의 의견을 말하여 제후를 설복시키는 일)를 말한다. 한비는 군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보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문제를 잘 헤아려 보아 유세하라는 것이다.

한비는 이런 사례를 들었다. “오자서(伍子胥)는 지략이 뛰어났지만 오왕(吳王)은 그를 처형했고, 공자(孔子)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광(匡) 땅의 사람들은 그를 억류했으며, 관중(管仲)은 진실로 현명했지만 노(魯)나라는 그를 죄인으로 취급했습니다. 이 세 대부가 어찌 현명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들의 세 왕이 명석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상고시대에 탕왕(湯王)은 훌륭한 성군이었고, 이윤(伊尹)은 매우 지혜로웠습니다. 쟁기질하던 농부인 이윤은 뛰어난 지혜로 훌륭한 성군을 설득하기 위해 일흔 번이나 유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자신이 몸소 솥과 도마를 들고 가 요리사가 되어 친해지고 나서야, 탕왕은 비로소 그의 현명함을 알고 요직에 등용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구체적으로 예시하면서 익후(翼侯)란 자는 불에 구워졌고, 비간(比干)은 심장이 도려내졌으며, 매백(梅伯)은 소금에 절여졌고, 오기(吳起)라는 자는 몸이 찢기는 형벌을 받았다고 하였다.

한비가 보기에 간언이 군주에게 받아들여지는지는 전적으로 군주의 역량과 자세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명하고 어진 리더를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세상사는 그렇게 호락하지 않다는 것이고, 형벌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우리들도 말하는 것 자체를 삼가는 것이 길고도 오래가는 생존전략이 되지 않을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