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향과 협연… 23일 수원국제음악제
서구 바이올리니스트 중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그는 “냉면은 완벽한 여름 음식”이라면서 입맛을 다셨다. 수원국제음악제 제공
그는 23일 오후 7시 반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수원국제음악제 일환으로 수원시향과 협연한다. 리허설을 막 마친 그는 붉은 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척 젊다. 내가 훌쩍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수원시향은 브람스를 많이 해봐서 능숙했고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단원 상당수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원국제음악제 측의 촉박한 연주 요청에 샤함의 매니저가 처음엔 거절했지만 김대진 지휘자의 거듭된 제안을 접한 뒤 샤함이 바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21일 저녁에 입국해 22일 리허설, 23일에 연주를 하고 24일 오전에 자택이 있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2010년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줬던 그는 이번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골랐다. 10월 카네기홀에서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곡을 협연한다.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물으면 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답한다. 40여 분간 감성이 듬뿍 담긴 여정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멜로디로 시작해 영웅적이지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대목으로 넘어간 뒤 각각의 멜로디가 다시 합쳐지면서 하모니를 이룬다. 아, 정말 위대한 작품이다.”
샤함은 1930년대에 작곡된 바이올린 협주곡을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개인 레이블인 ‘카나리 클래식스’에서 피아니스트인 여동생과 함께 전통 유대음악 녹음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최우선적 가치를 두는 것은 ‘가족’이다. 6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는 베를린필과의 협연도 취소하고 아내 곁을 지켰다.
“의사가 출산까지는 좀 여유가 있겠다고 해서 독일로 갔다. 독일 공항에서 휴대전화를 켜보니 ‘아기가 나오려고 한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휘자 데이비드 진먼에게 ‘집에 가야겠다’고 연락하고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가 나 대신 무대에 섰고, 나는 다음 시즌에 베를린필과 함께 연주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