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감독.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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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귀화선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생각(귀화 선수 인원 제한)은 보다 장기적인 계획이 완성된 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현정화(42) 런던올림픽 여자 탁구대표팀 총감독이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한 ‘귀화선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반면 탁구 강국으로 거듭난 일본대표팀에는 귀화 선수가 별로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자 탁구의 미즈타니 준(23)-키시카와 세이야(25), 여자 탁구의 후쿠하라 아이(24)-이시카와 카스미(19)는 이미 세계적인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번 올림픽을 오상은(35·KDB대우증권)-주세혁(32)-유승민(30·이상 삼성생명), 김경아(35)-당예서(32·대한항공)-박미영(31·삼성생명) 등 30대 노장들로 치른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
현 감독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탁구의 선전 이유로 잘 갖춰진 인프라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된 계획성을 들었다. 현 감독은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국 선수들을 대거 연습파트너로 받아들여 훈련했다”며 “주니어 선수들이 장기간 합숙하며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과는 환경 차이가 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주세혁(32·삼성생명)은 결승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나 국내 대회 때 귀화 선수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여자팀은 심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귀화 선수로 인해 경기력은 향상됐지만 국내 탁구계 토양이 황폐화됐다는 것.
주세혁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올림픽대표팀에 'P카드‘로 합류했던 김민석(20·KGC인삼공사)을 비롯해 정영식(20·KDB대우증권)-이상수(22)-서현덕(21)-정상은(22·이상 삼성생명) 등 젊은 선수층이 깊은 남자 탁구와 달리 양하은(19·대한항공)-전지희(20·포스코에너지) 정도만이 꼽히는 여자 탁구의 차이도 함께 지적한 것이다.
“한국 탁구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나마 꾸준히 올림픽 4강에 드는 등 메달권 전력을 유지해왔다는 거예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그 떨어진 전력을 따라잡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러다간 한국 탁구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요.”
또한 현 감독은 “남자 선수들은 빠르면 중학교 때부터 연습상대로 태릉선수촌에 출입하면서 관리를 받는다. 김민석이나 이상수 같은 젊은 선수들은 물론, 오상은-주세혁-유승민도 그렇게 성장했다”라고 남녀 탁구 사이의 차이도 지적했다.
“남자 탁구의 저변은 그렇게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여자 탁구에서 그렇게 키운 선수는 양하은 하나고, 그나마도 남자 선수들에 비하면 잘 관리받은 것도 아니에요. 모든 문제를 귀화선수 문제 하나로 볼 수는 없어요. 한국은 현실적으로 태릉선수촌밖에 없으니까. 한국 여자 탁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