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이상 女 취업자 급증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애를 봐주고 손에 쥐는 돈은 월 90만 원 안팎. 매일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돼 쓰러지지만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씨는 “보험설계사, 대형마트 계산원 같은 일을 하고 싶지만 모두 30, 40대를 원하지 육십이 가까운 주부 출신을 쓰려는 곳이 없다”며 “베이비시터 일도 어렵게 구했다”고 말했다.
○ 1년 동안 20만 명이 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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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본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배우자가 있는 50대 이상 여성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9만8000명 증가했다.
한 해 전인 2010∼2011년의 증가폭 9만5000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배우자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 중 상당수는 일터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 세대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며 사실상 가장 노릇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50대 이상 여성 취업자 중에는 일자리를 잡지 못한 실업자의 어머니들이 많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59)는 올해 32세와 28세인 아들 둘이 있지만 모두 실업 상태다. 남편이 아직 직장생활을 하지만 은퇴가 코앞이다. 자녀 학비와 생활비로 저축한 돈도 거의 바닥났다. 결혼 후 내내 주부로 살아온 김 씨는 한식집 조리사로 취업하려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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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수준은 대부분 하위그룹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첫 직장을 갖는 대부분의 50대 여성들에게 일자리는 ‘인생 2막의 활력소’가 아니라 ‘팍팍한 생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를 의미한다.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일자리는 환경미화원 식당종업원 노인복지사 간병사 음료배달원 등 노동집약형 저임금 직종이 대부분이다. 젊은 날 고(高)연봉 직장에 다닌 고학력 여성이라도 일터를 떠나 있던 20∼30년의 경력 단절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관악고용센터의 한 취업 알선 담당자는 “50대 이상 여성들이 자격증을 따서 뭔가 해보려고 해도 식당조리사가 되거나 이·미용실에 취업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부담을 떠안기를 꺼리고,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 창업을 하려는 여성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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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순 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저성장에도 예상 밖의 고용 호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50세 이상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여성 고용시장의 핵심 연령층인 30, 40대는 오히려 정체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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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