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남을 두 장면 환희의 순간. 한국 대표팀이 11일 새벽(한국 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맏형 박주영(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주장 구자철(아래 사진 가운데)의 골에 힘입어 일본 대표팀을 2-0으로 완파했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간 뒤 바닥에 누운 일본의 스즈키 다이스케( 사진 오른쪽)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 ‘공부하는 지도자’의 전형
그동안 ‘선수는 되는데 왜 지도자는 아직’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가 나오질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2년 ‘축구도 과학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히딩크 감독이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는 컸다.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지도자들에게 ‘더 공부해야 한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성의 기회를 줬다. 그 최선봉에 홍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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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 리더십’ 뛰어넘을 ‘큰형님 리더십’
홍 감독은 선수와의 관계에서 상명하복이 아닌 신뢰를 중요시한다. 감독과 선수가 같은 동료이며 서로 도와주는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큰형님 격인 감독이 진다. 홍 감독은 한때 “난 너희들을 위해 등에 칼을 꽂고 다닌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잘못되면 자신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의미. 그 대신 선수들은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살신성인’에 가깝게 헌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형님을 무조건 믿는 끈끈한 신뢰가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었다.
사실 홍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넘으려면 아직 멀었다. 홍 감독을 네덜란드와 한국, 호주, 러시아 등지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낸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에 비유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침소봉대’다. 하지만 홍 감독은 분명 기존 지도자와는 다른 지도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첫 동메달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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