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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이슈]식기는 반짝 옷장은 깨끗 주방 냄새 싸악~

입력 | 2012-08-11 03:00:00

독자들이 보내주신 살림 노하우들




지난달 27일 개막한 ‘2012 런던 올림픽’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냈습니다. 이들이 연출한 감동적인 드라마는 세계를 울리고 웃겼습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은 특히 눈부셨죠.

한국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올림픽이 치러졌습니다. 바로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에서 마련한 ‘리빙올림픽’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살림 노하우로 열띤 승부를 펼쳤습니다. 본인의 삶에서 발견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노하우가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좀 더 많은 분들께 상품을 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 오클리는 그의 저서 ‘가사의 사회학’(1974년)에서 가사의 가치를 가장 높여주는 것은 ‘자율성’이라고 했습니다. 남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월급쟁이들과 달리 시간, 방법, 일감 배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사는 분명 ‘단순 노동’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일이지요. 게다가 사랑하는 가족과 자기 자신의 삶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당첨자를 발표해야겠죠?

페트병 뚜껑의 화려한 변신

‘2012 리빙올림픽’ 영예의 금메달은 대구에 사는 한 자취생에게 돌아갔습니다. 자취생활 10년차인 김현리 씨는 페트병 뚜껑으로 내로라하는 베테랑 주부들의 추격을 모두 뿌리쳤습니다. 이름하야 ‘페트병 뚜껑으로 비닐봉투 밀봉하기’(옆 사진).

방법은 이렇습니다. 생수나 음료수를 먹고 남은 페트병의 맨 위 입구 부분만 가위(또는 칼)로 오려 냅니다. 그리고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 끝부분을 페트병 입구로 통과(아래→위)시킵니다. 마지막으로 페트병 입구를 뚜껑으로 돌려 막으면 멋진 밀폐용기가 탄생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지퍼백이 부럽지 않을, 아니 지퍼백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O₂ 팀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쓰고 남은 페트병을 사용한다는 친환경성에 높은 점수를 드렸습니다. 고추장, 된장 등의 양념에서부터 채소와 과일, 먹고 남은 과자,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까지 매우 다양한 물건의 보관과 저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김 씨는 페트병 뚜껑 활용 ‘공격’ 이외에 종이박스를 이용한 칸막이 수납정리 기술과 빈 상자로 벽 선반 만들기라는 ‘추가 기술’까지 선보이며 시상대 맨 위에 올랐습니다. 영예의 금메달 수상자에겐 독일 가전회사 로벤타의 청소기와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토스터, 무선주전자, 커피메이커 등 70만 원 상당의 생활가전 세트가 수여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소한, 그러나 깜찍한 아이디어들

아쉽게 은메달에 머문 참가자는 모두 3명입니다. 결혼 8년 차에 접어든 30대 워킹맘 송윤선 씨와 올 3월 결혼한 새댁 김은선 씨, 그리고 10년간의 자취경험을 자랑하는 오창준 씨가 주인공입니다.

송윤선 씨는 동갑내기 남편이 감자 고추장 조림을 하다 태워먹은 스테인리스 냄비의 생환기로 당당히 2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철수세미로도 지워지지 않는 탄 자국을 없애기 위해 그는 베이킹파우더 한 스푼과 식초 두 스푼을 물에 탔습니다. 그것을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푹 끓여주면 들러붙어 있던 탄 찌꺼기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게 그의 증언입니다. 다만 냄비가 아직 뜨거운 상태에서 힘센 남편이 수세미질로 마지막 찌꺼기를 제거해줘야 합니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는 약간의 질투를 유발할 수도 있겠지요?

결혼 6개월 차인 김은선 씨는 비닐봉지 접기로 이번 올림픽에 도전했습니다(위 사진). 간단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일단 봉지를 원래 모양대로 납작하게 펴줍니다. 그러고는 세로로 3등분을 해 접은 다음, 봉지 위의 큰 손잡이(보통 비닐봉지에는 서로 묶을 수 있는 한 쌍의 손잡이가 있다) 부분을 아래로 내려 접어줍니다. 다음으로 비닐봉지를 제일 아래부터 돌돌 말아 올린 다음 비닐봉투를 묶는 끈으로 묶어주면 끝입니다. “깔끔해서 좋다”는 평가와 “비닐을 그렇게까지 보관할 필요가 있나”는 쪽이 팽팽히 대립했지만, 결국 처음 보는 비닐봉지 관리법에 후한 점수를 드렸습니다.

오창준 씨의 ‘음식물 쓰레기 냉동법’은 특히 더운 여름철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노하우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두었다 전용 쓰레기봉투에 꽉꽉 채워 버릴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음식물 전용 쓰레기봉투를 쓰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분들께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 씨는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면 아무 봉지에나 넣어 일단 냉동시키라고 조언합니다. 냉동을 시키면 벌레가 생기거나 냄새가 날 걱정이 없다는 것이지요. (B4면 기사를 보시면 여름철엔 파리 알이 부화하는 데 단 8∼12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최대한 많은 양을 모았다 버릴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아낄 수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오늘부터 한번 따라해 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동메달리스트로 선정된 8분도 금, 은메달 수상자들과 진배없는 소중한 아이디어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선물 포장용 리본으로 사랑하는 딸아이의 머리핀을 만들어 주는 이현정 씨, 자신만의 해장 노하우인 ‘콩라해(콩라물 라면 해장국)’ 조리법을 보내주신 홍경석 씨, ‘정리의 달인’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을 유영숙 씨 등 모두가 ‘살림 챔피언’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림은 함께하는 실천

‘참 쉬운 살림’의 저자인 여희정 씨(40)는 “살림은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유용한 살림정보들은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실제 활용을 해야 자신의 노하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의 삶과 가족을 사랑해야 살림을 잘할 수 있어요. 살림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늘지 않는답니다.”

한국의 20세 이상 성인들은 하루평균 2시간 10분을 가사(집안일+가족 보살피기)에 씁니다. 통계청이 2009년 전국 약 8100가구(약 2만1000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시간조사’의 분석결과죠. 물론 남녀 편차가 매우 큽니다.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42분인데 반해, 여성은 그의 5배가 넘는 3시간 35분이나 됩니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가 주부를 “보이지 않는 봉사계급”이라 부른 이유입니다. 남성 여러분, 좀 더 분발해야 하겠지요?

다행히 요즘 들어서는 남성의 가사 분담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리빙올림픽에도 남성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살림이 더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한 가족이 분담해야 할 ‘공동의 놀이’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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