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남 오진혁 진종오, 노장투혼 30대 12명이 메달… 10대 신예돌풍 한명도 없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어섰습니다.”(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단체 동메달 오진혁)
“예전 같으면 황혼기였겠죠. 하지만 전 이제 전성기입니다.”(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금메달 원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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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여느 올림픽 같으면 어린 태극전사들의 돌풍이 입에 오를 법한 시기지만 이번엔 유독 노장들의 투혼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메달리스트들의 평균 나이 역시 크게 높아졌다. 2004년 24.6세(34명), 2008년 24.9세(35명)에서 27.1세(37명)까지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올림픽 선수단의 평균 나이가 25세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 과학적 관리-절제로 체력 다지고 경험-노하우 쌓이니 경기력 쑥쑥 ▼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연장자는 남자의 경우 탁구의 오상은(35), 여자는 펜싱의 정길옥(32)이다.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 가운데 17명(45.9%)은 이전에 한 번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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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들의 선전을 가능하게 한 비결은 ‘몸 관리 업그레이드’가 첫손에 꼽힌다. 김영수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이 최근 몇 년 새 선진국 수준이 됐다”면서 “체력은 그대로인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니 나이가 들어도 경기력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수 사격 대표팀 총감독은 “술, 담배 등을 하지 않는 선수가 늘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이젠 선수들이 더 잘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5, 6년 사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부분도 30대 투혼을 이끌어 낸 한 요인. 과거 같으면 팀이 없어 은퇴할 나이의 선수들이 지자체 팀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해왔다. 그 덕분에 대학생 등 20대 초반이 중심이었던 과거 올림픽 무대에서와는 달리 지자체 소속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실제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 37명을 조사했더니 19명(51.4%)이 지자체 소속이었다. 2004년 20.9%, 2008년 26.5%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올해부터 신규 창단 실업팀에 3년 동안 총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 소속 선수 양성에 발 벗고 나섰다.
과거와 달리 격투기 등 이른바 ‘힘쓰는’ 종목뿐만 아니라 메달밭이 사격, 펜싱 등 노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종목으로 다변화됐다는 해석도 있다.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한명우 선문대 교수는 “국내 스포츠심리학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리 훈련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노장 선수들이 더 좋다. 그래서 이들의 성적 향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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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