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진짜 같아서… 극사실적 디테일이 범죄교과서 역할너무 멋져 보여서… 부패와 맞서는 폭력 등 동기강화 한몫
4일 미국 클리블랜드 시의 한 극장에서 다량의 총기를 가진 30대 남성이 검거되는 등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이나 ‘다크 나이트’의 조커(사진) 등을 모방하는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도 모방범죄를 유발하는 내용이 적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아일보DB
○ ‘범죄 교과서’ 우려 낳는 영화와 드라마
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매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분석한 결과 모방범죄 우려가 커 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2008년 5개에서 지난해에는 18개로 4년 사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얼굴에 비닐봉지로 씌우고 살해하는 법(2008년 6월 방영·케이블 채널 슈퍼액션 ‘KPSI’), 사람 암매장 순서(2009년 4월·채널J ‘란포 R’), 성추행하기 좋은 지하철 노선(2010년 10월·QTV ‘비하인드’) 등이다.
경제범죄 수법도 모방한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경준의 사무실 책상에서는 미국 영화 ‘보일러 룸’ DVD가 발견됐다. 보일러 룸은 주가조작을 뜻하는 미국 증권업계의 은어이며 이 영화에는 유령회사를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수법이 나온다. 영화 ‘작전’(2009년)도 주가조작 모방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화로는 영화 ‘올리버 스톤의 킬러’ ‘매트릭스’, 미국 드라마 ‘CSI’가 모방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작으로는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을 모방해 노숙인에게서 피를 뽑으려던 20대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붙잡혔다. 6월 중국에서는 도둑들이 두께 0.1∼1mm의 가면을 착용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를 털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모방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 강화된 리얼리티와 영웅담이 모방 자극
전문가들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극사실적인 세부묘사도 모방범죄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정보량이 늘어난 시대에 관객들이 영화에서 느끼는 현실성은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에 최근 들어 ‘디테일’은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공모자들’의 김홍선 감독은 “실제 장기매매 브로커와 인천, 평택 건달 등을 통해 장기밀매 현실을 상세히 취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콘텐츠들을 무조건 규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범죄로 실행되는 경우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받기 쉬운 청소년층에 대해서는 시청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소속 강은경 프로파일러는 “청소년은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성인과 달리 쉽게 따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국대 최응렬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모방범죄 유발 가능성이 큰 콘텐츠에 대해서는 묘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고 시청 가이드라인도 정해 이를 철저히 지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