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경제부 기자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LG, 효성, 동국제강, 두산, 현대백화점 등 10여 개사의 오너들에게서 이런 변화가 많았다.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오너 2, 3세가 아버지 등에게 물려받거나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6월 초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사위인 이재연 전 LG그룹 고문은 장남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에게 LG 주식 27만8106주와 LG상사 주식 2만1945주를 증여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부인 남희정 씨와 학생인 자녀 선익(30), 승익 씨(15)에게 30만 주를 증여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시간외 매매 형식으로 현대백화점 주식 12만4600주를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계열사 현대A&I에 매각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의 자녀 인영(10) 인서 양(6)과 차남 조현문 부사장의 자녀 재호 군(6)에게 주식 매입 대금을 증여한 뒤 이 돈으로 효성 주식 9880주를 각각 장내 매입하도록 했다. 이들 회사 중 일부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말∼2009년에도 한 차례 지분을 물려준 적이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이런 행태에 실망을 느낀다. 이들이 원하는 오너의 모습은 주가 하락을 이용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경영자의 모습이다. 다음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오너들이 이런 행태가 여론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현지 경제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