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땀’의 정석… 1년중 3일만 쉬며 지옥훈련 뻘뻘 ‘1초 눈물’의 역설… 신아람 오심 사건 뒤 독기로 똘똘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들 미친 것 같아요.”
여자 펜싱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24)은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엑셀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펜싱 마지막날 경기 여자 에페 단체전을 지켜보며 기자에게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8개 출전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한국(10위)이 8강에서 1위 루마니아를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김지연의 말처럼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은 그야말로 ‘크레이지 모드’였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역대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금 2개 은 1개 동 3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특히 출전한 단체전 3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 펜싱의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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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전문가들은 런던 쾌거가 ‘준비된 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절대적인 훈련량이 4년 베이징 올림픽보다 많았다는 게 펜싱계의 중론이다.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365일 중 3일밖에 쉬지 못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남자 플뢰레 동메달리스트 최병철(31)은 “펜싱 대표팀 선수들에게 일요일은 또 다른 월요일이었다. 외박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았다”고 말했다.
‘신아람 1초 사건’을 겪으며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친 것도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최병철은 펜싱 첫 메달을 딴 당일 축하 인사를 전해오는 동료들을 조용히 시키기에 바빴단다. 경기가 남아있는 동료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일년 내내 동고동락하며 다져진 우애와 신아람 사건이라는 외적인 자극제까지 더해져 최상의 팀워크가 완성된 것이다.
○ 훈련 패러다임 혁명 이끈 손길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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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심 아픔 신아람의 아름다운 마무리
지난달 30일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1초 판정 논란’을 겪으며 ‘노메달’에 그쳤던 신아람(26)은 정효정(28), 최인정(22), 최은숙(26)과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 웃음을 되찾은 신아람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신아람은 “평소 8시간은 자야 컨디션이 유지되는데 4시간 이상 못 자겠더라. 배는 항상 고픈데 밥이 넘어가질 않아 마시는 건강보조제품을 주로 먹었다”며 괴로웠던 지난 5일을 떠올렸다. 또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더 악착같이 뛰었다. 앙금이 다 풀리진 않았지만 메달을 따내 기쁘다”고 말했다.
신아람은 국제펜싱협회(FIE)의 특별상, 대한체육회(NOC)의 공동 은메달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난 특별한 게 없는 사람인데…. 특별상을 왜 주는지 잘 모르겠다. 단체전에만 집중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흔들어서 더 힘들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동 은메달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는 실력으로 메달을 따면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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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